이달 초 서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에서 뮤지컬 ‘광주’의 창작 초연 무대를 관람했다. ‘광주’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문화재단이 제작한 야심작이다. 뮤지컬계 톱 클래스 배우들과 연출·제작진이 참여해 공연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을 폭도화하는 작전세력과 계엄군, 그리고 그에 맞선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에 500여명의 관객이 눈물을 훔치며 호응했다.

대작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광주의 5월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담아냈다는 평이 있는 반면, 광주시민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내거나 계엄군이 이끄는 서사가 불편했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공연 관람 후, 이 작품이 브랜드 공연이 될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예향의 도시’, ‘문화도시’로 불리지만 광주에는 브랜드 공연이 없다.

광주시는 5·18민주화운동에 문화예술을 더한 콘텐츠들을 수년간 제작해 선보여 왔다. 대표적으로 2011년 진도 씻김굿을 소재로 한 ‘자스민 광주’, 2015년 뮤지컬 ‘빛골 아리랑’이나 2019년 창작 오라토리오 ‘빛고을’, 연극 ‘달빛결혼식’ 등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민과 외지인에게 각인된 광주의 브랜드 공연은 부재한 게 현실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단기간으로 끝나는 예산 지원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인 성과를 바라는 정책 관련자들은 한 작품에 그리 오랜 지원을 해 주지 않는다. 이에 공들여 만든 작품은 몇 개월, 길어야 1년 안에 사라지게 된다.

공연 관계자들은 초연작이 무대에 오른 후, 수정·보완을 거치는 후작업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 긴 호흡으로 지켜보자. 필요에 따라 대사와 연출, 넘버를 수정하고 계속해서 갈고 닦자. 누구나 ‘광주’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작품 하나 남길 수 있도록 말이다. 잘 만들어진 공연 하나가 광주정신과 5·18을 전국과 세계에 알리는 매개자가 될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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