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배수지.2002년(출처/향토지리연구소)

막 일어나 물 한 컵 마신다. 생수가 아닌 끓인 물이다. 세수부터는 수도꼭지에 기댄다. 네 명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광주시민께 여쭈었다. “한 달 상수도세 얼마나 나옵니까. 네 2만원 정도입니다.” 20대 여자 2명, 50대 부부집의 생활용수 값이 하루 700원 안팎인 셈이다.

지금 광주는 용연·덕남정수장에서 하루 50만t 정도의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1일 한사람 당 급수량은 300ℓ에 물 값은 약 200원이다. 대부분 원수가 섬진강 유역임에도 생산원가 측면에서 특별·광역시 중 광주는 대전 다음으로 저렴하다.

제1수원지 전경.1957년(출처/도시와 물, 광주역사민속박물관)

지난해 ‘광주상수도 100년사’가 발행됐고, 박물관에서는 ‘광주상수도 100주년 기념 특별전시회’와 함께 자료집을 펴냈다. 광주최초 수돗물은 1920년 5월 말쯤으로 혼마찌(충장로)중심 일본인 380호를 포함, 439집에 제공됐다. 1902년 부산을 시발로 1908년 서울, 1910년 목포, 1918년 대구에 이어 15번째였다.

광주군 지한면 증심사 어귀 운림리 159번지 일대 20필지 5천691평이 1917년부터 수도용지(水道用地)로 바뀌었다. 둑길이 100m, 7만t을 담은 저수지가 바로 ‘광주 제1수원지’인데 수심은 10m 정도였다. 이때 140번지 613평의 최흥종 소유의 밭을 포함한 28필지 4천575평도 임야로 변환돼 전라남도지방비 터로 수용됐다.

1일 시설용량 800t의 최초 수원지는 1970년 기능을 멈추고, 이듬해 서울 안암동에 주소를 둔 장한섭에게 매각된 뒤 청전가든이 인수, 온천지대를 만들려고 했으나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학동22-24번지 일대 7천여평의 배수·여과장터는 1973년 조선대학교 땅이 되고, 2003년 장례식장이 문을 열었다.

1937년 4월 17일 광산군 효지면 용연리에서 새수원지 기공식이 열렸다. 용연리 토지대장을 열람한 결과 같은해 11월 27일자로 전답 87필지 2만6천310평이 광주부 소속 수도용지가 됐다. 1939년 준공된 ‘제2수원지’의 유역면적은 광주천의 발원지로부터 용추폭포를 포함 4.62㎢이다. 이 물창고는 높이 25m, 길이 143m의 석축제방에 50만t 남짓 물을 담아 하루 5천t을 생산했다.

1957년 동림동 166번지 극락(영산)강변에 1일 8천t 용량을 갖춘 ‘제3수원지’가 준공됐다. 현 삼호가든 서편 빛고을로가 난 곳으로 1972년 광주연초제조창에 팔았다. 1967년 잣고개너머 청풍·화암동 석곡천 유역에 ‘제4수원지’가 마련됐다. 흙둑 규모는 길이 227m 높이 24.5m이다. 1일 1만5천t 용량을 지닌 별칭 석곡수원지는 1989년 ‘이철규 사건’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 광주시는 인구 50만이 넘어서자 ‘제5수원지’인 동복호를 설치했다. 그 기념으로 전남도청 앞 분수대 물도 솟구쳤다. 영산강 유역의 도시가 섬진강에서 수혈 받은 셈이다. 댐은 화순군 동복면 연월리와 이서면 서리 간 협곡에 축조됐다.

제2수원지.2020년(출처/향토지리연구소)

동복댐은 1차(1968-1970)공사 때 만수능력 360만t 규모였다가 1981년 2차공사로 670만t으로 늘었다. 1984년 3차 확장 때 댐 높이가 19.3m에서 44.7m로 높아져 만수능력 9천200만t 1일 취수량 32만t에 달했으나 수몰면적은 6.6㎢에 이르렀다.

이서면 서리, 월산리(월평·장월), 보산리(보암·난산), 장학리(장항·학당), 창랑리(창랑·물염), 도석리(석림·석보·전도), 북면 와촌·다곡리 일부가 물속에 잠겨 800세대가 떠나갔다. 도석리 444-2번지 있던 이서면사무소도 야사리 태평동 652-1번지로 옮겼다.

1990년대 광역수도체제로 돌입, 순천 목포까지 포함하는 주암호 ‘제6수원지’가 만들어졌다. 1994년 순천시 주암면 대광리에서 행암동 160번지 덕남정수장까지 37.2㎞의 도수관을 타고 보성강 물이 들어왔다. 1997년 확장공사로 하루 44만t 용량을 갖췄다. 현재 생산은 절반 정도를 해 광산구와 남구 일대와 서구 일부 지역에 보내고 있다.

2007년 공모 끝에 ‘빛의 도시’ 광주 수돗물 브랜드인 ‘빗여울수’ 병입수는 용연정수장에서 맡고 있다. 2013년 유리병으로 2천병을 제작, 국제행사장에 비치하기도 했다. 현재 응급사태에 대비 1.8ℓ 6천병을 비축하고 있다.

2016년 동복호-용연정수장 간 직경 2.1m의 새 도수터널 12㎞는 종전 거리를 절반으로 단축시켰다. 시설규모는 24만t에서 30만t으로 늘었다. 소태동 470번지 지원정수장이 8만t을 생산하다가 폐쇄되고, 배수지로 전환됐다. 최근 석곡수원지는 취수가 중단되고, 각화정수장은 정지됐다. 내남마을에 월남배수지가 생겼고, 용산지구 내에 봉선배수지가 신설돼 개통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상수도 주 취수원 터는 무등산 너머 동복호와 주암호이다. 보조인 제2수원지까지 모두 호수다. 150만 시민의 목줄, 광주상수도사업본부 500여명이 맡고 있다.

제3수원지.1958년(출처/건설화보)

21세기 초 어느 날 ‘인지의 즐거움’ 님과 함께 옛 자혜병원 언덕빼기(해발 80m)에 올랐다. 혹시 조선시대 성황단 흔적을 찾아보려는 생각에서다. 느닷없이 거대한 콘크리트 욕조더미가 나타났다. 광주최초 수도시설인 것은 사라진 뒤였다. 일제 디지털카메라로 일본인들이 설치했던 ‘학동배수장’ 몰골을 담았다.

지난해 광주남초등학교 출신 퇴임 교장선생님과 지원정수장을 찾았다. 최신 폰카로 없어질 생활유적터를 찍어 보았다. 광주땅 속으로 거미줄 같이 우리 생활을 돕는 시설들이 무수하다. 그 중 4천여㎞의 물관도 있다.

은사님은 말씀하셨다. “프랑스 유학 가서 수돗물 틀어놓고, 설거지하다 엄청 꾸중 들었다.” ‘일상’이 최초고 최고며, 최적이다. 물이 보약이고, 물 좋은 곳이 명당!/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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