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6(일)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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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돌봄의 대상이 되기도 돌봄의 주체가 되기도 했다. 인간은 여느 자연계의 생물과는 다르게 혼자서 서고, 걷고, 삶을 살아내기까지 누군가의 돌봄을 오랫동안 필요로 하는 동물이다. 우리는 서로 얽혀 관계를 맺고 갈등과 친밀성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임마뉴엘 레비나스의 말처럼 우리의 자아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형성되기에 우리는 타인을 돌볼 윤리적 의무를 갖고 있기도 한다. 조앤 트론토는 누군가를 돌보는 대인 돌봄 caring for, 누군가의 안위를 염려하며 마음을 쓰는 정신적 돌봄 caring about,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이념과 활동에 참여하는 정치적 돌봄 caring with을 이야기한다. 단지 우리집 아이를 키우거나 노인들을 보살피는데 사용했던 돌봄을, 그리고 여성들이 주로 해왔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인정받지도 못했고 허드렛일로 간주했던 돌봄의 의미와 영역을 확장시켜주고 있다. 정치적 영역에서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사용되는 모든 정치적 활동 역시 돌봄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의 확장을 가져온다. 더 케어 콜렉티브(the care collectives)의 ‘돌봄 선언’은 이로부터 더 나아가 ‘보편적 돌봄’ 이라는 이름하에 인간-자연-국가-전지구적 차원에서의 돌봄이 어떻게 실천되어야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돌봄은 사회적 역량이자 복지와 번영하는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보살피는 사회적 활동이다. 무엇보다도 돌봄을 중심에 놓는다는 것은 우리의 상호의존성을 인지하고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40여 년간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이상적인 시민이란 자율적이고 기업가적이며 실패를 모르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들의 승승장구와 치열한 경쟁은 복지국가의 해체, 그리고 민주적 제도와 시민참여의 와해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돌봄이 개인에게 달린 문제라는 생각은 우리의 상호취약성과 상호연결성을 인지하기를 거부하는데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폭력을 행사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들이 자라나는 것에 대해 다른 집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만은 없다. 모두가 연결된 사회에서 건강하게 돌봐진 옆집 아이는 우리 집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만드는 구성원이다. 당신이 개발하고 파괴한 이 산 한 귀퉁이는 우리의 공동환경을 파괴한 것일 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자연의 한 귀퉁이를 앗아간 것이다. 오늘 내가 상처 준 그 상처로 그 사람이 병들어갈 때 우리 사회의 어느 부분이 또 상처받고 병들어간다. 그리고 그 상처는 화살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공생적 사회적 공간 안에 놓여있다. 자기 가족과 자식이 진정으로 소중하다면 타인과 전 사회적으로 돌봄이 확장되어야 한다. 차별금지와 평등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모든 노력은 결국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사회적 돌봄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생적 상황을 깨닫지 못하는 극단적 이기주의의 치명상은 지구상에서의 건강한 인류의 생존을 지속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 있다.
무관심한 세상을 산다는 것은 가장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역량마저 위축시키고 방어적 이기심을 번성케한다. 이 와중에 아시아인, 흑인, 여성,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이들이 혐오, 차별, 폭행을 당하고 있고, 전 세계 난민들이 바닷속에서 익사하고, 이민자의 어린 자녀들이 가족으로부터 강제 분리되고 있으며, 소수의 정권 창출을 위해 무수한 미얀마인들이 오늘도 죽어가고 있다. 돌보는 세상을 구축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는 생물체로서 다른 모든 인간, 비인간 존재들과 공존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생명을 지속시키는 생물, 무생물 체계와 연결망에 의존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 사회, 국가, 글로벌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사회를 관통하여 돌봄이 주요 주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과 발전 대신 돌보는 사회, 돌봄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고민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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