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잘 익은 감을 바라보는 방향’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감나무 아래서 볼그족족 잘 익은 감 하나를 쳐다본다. 마음이 흔들린 시적 화자는 나뭇가지 사이로 두 발 디디고 올라간다. 거기서 손을 뻗어 감을 따려고 했더니, 그 감 옆구리가 썩어 있다. 먹음직스러운 감의 숨겨진 허방을 보고 실망한다. 그 순간 세상의 그럴싸한 이야기,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 속, 거기에도 감의 썩은 허방 같은 세계가 가려져 있을 거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시적 형상화를 통해 다다른 깨달음이 어쩌면 그릇된 세계관을 바로잡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상큼한 사색 방울을 마시게 해주고 있다. 미적 가치의 그릇에 담기는 의미 방울이 이렇듯 진실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을 때, 아주 싱그럽고 향긋하다.

▲시 ‘조각난 하늘’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소나무 가지 끝에 살짝 숨어 있는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그 하늘이 마치 푸른 바다처럼 아름답고 눈부시다. 그 바다 위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구름, 그나마 조각나 있다. 그게 수채화 같은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고, 숲속에는 고요한 침묵만 흐르고 있는 정경, 바라보는 눈길도 마음도 가슴도 정적이 흐른다. 소음도 아우성도 아귀다툼도 없는 세상. 이게 진정 시가 원하는 세상이 아닐까. 현대사회의 각박한 현실에 고요와 부드러움과 싱그러움을 안겨 줄 수 있는 장르가 어쩌면 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게 한다. 인류의 흐름을 사랑스럽게 우아하게 상큼하게 이끌어 갈 수 있게 하는 세계가 바로 시라는 장르임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어 참 좋다.

▲시 ‘자연의 노래’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자연을 그저 그런대로 두라고 조언하고 있다. 꽃을 향한 숲, 숲을 향한 꽃은 가만 놔 둬도, 저절로 아름다워진다고 믿는다. 실제로 그렇다. 인간이 손만 안 대면, 자연은 스스로 치유하며 스스로 아름답게 가꿔 나간다. 서로 미소 지으며, 서로 지켜 주며, 기지개를 펴며 살아간다. 노을이 익어 가는 개펄도, 대지의 숨소리가 싱그러운 곶자왈도 스스로 아름다운 정경을 다듬으며 잘 지낸다. 빛과 어둠, 바람과 고요, 육지와 바다, 이들 모두 늘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스스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그러니, 제발, 인간들이여, 자연을 그저 그런대로 놔 두라. 이제 그만 훼손하고 파괴하고 짓밟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그만하라. 시적 형상화를 통해, 강력한 자연 보호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시, 자연에게 참 고마운 시라서, 더욱 행복하게 한다.

▲수필 ‘성공한 사람’ 이 수필에서는 성공한 사람에 대해 다루고 있다. 똑똑하고 훌륭하고 어마어마한 업적이 있는 사람만 성공한 사람일까. 작가는 평범한 생선장수 아주머니에게 눈길을 고정하고 있다. 명절 때마다 먹어 보는 동태전, 특히 언니가 부쳐내는 동태전이 유난히 맛이 좋았는데, 언젠가부터 그 맛이 예전 같지 않았다 한다. 알고 보니, 그 동태전감을 공급해 주는 시장의 생선장수 아주머니가 삼 년째 요양병원 신세를 지는 바람에, 그 전감을 구하지 못한 탓이었다. 이를 통해 깨달은 바는 바로 믿을 만한 생선포를 수십 년 동안 시장의 좌판에서 팔아온 생선장수 아주머니도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 아주머니도 성공한 사람의 자격이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깨달음의 방으로 안내하고 있는 수필, 이런 수필이 우리 곁에 있어 마냥 뿌듯하다. 세상을 보다 넓게 보다 다채롭게 보다 따스한 각도로 바라보게 하는 수필이어서 더더욱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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