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前 조선대학교 총장

필자는 가을이 익어가는 10월30일 나주에서 개최된 2개의 행사에 참여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나는 나주 남파 고택에서 지난 25년간 성진기 전남대학교 명예교수가 지도하고 있는 카페 필로소피아에 의한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의 ‘품위 있는 중년 인생 프로젝트’였고, 또 하나는 (구)나주역사 내에서 개최된 제13회 나주학생독립운동 헌정음악회였다.

남파고택은 1884년 남파 박채규가 초당채를 지은 이래 1910년대 이후 건축된 한옥등 민속자료로 의미가 있지만 그곳에 살면서 공부하였던 박준채와 박기옥에 의해 주도된 1929년 10월30일 나주역 독립운동이 올해 92주년을 맞이한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되었기에 역사적인 공간이다,

중년의 삶은 어떻게 익혀가야 행복할까?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는 인생은 B(탄생)와 D(죽음) 사이의 C(선택) 이라 하였다. 삶이란 선택의 연속이며 그 선택이 기쁨과 환희, 황홀이라는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분노와 슬픔으로 고통을 주기도 한다. 지금은 평생 교육의 시대로 나이에 관계없이 배우는 것이 즐겁다면 공자의 인생 3 락 중 하나를 실천하는 것이다.

남파고택에서 박경중과 강정숙 선생에 의한 전통문화체험과 고영란 국악인에 의한 해금연주 그리고 황태주 전남대 의대 명예교수에 의한 인생선배 특강을 행복하게 보고 듣고, 구 나주역의 역사성을 체험하면서 서열식 입시와 성적 만이 목표가 되는 청소년들의 삶은 행복할까? 생각해 보았다.

사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교실 내에서 성적 평가에 따르지만 청소년들의 능력은 다양하다. 책상 외의 평가는 다를 것이다. 우리 교육은 여전히 일제 강점기부터 시행되어 왔던 주입식 문제 풀이 교육에 익숙해 있다. 인성과 창의의 시대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이란 전통적으로 가르치다와 가리키다의 의미였고 영어의 교육이란 단어 education 도 양육하다(educare)와 이끌어내다(educere)의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볼 때 오늘날 교육이 “가리키다와 이끌어내다” 관점에서 살펴볼 일이 많다.

“광주가 학교다”라는 개념은 “교실이 학교다”라는 전통적인 교육 개념과는 다르다.

이것은 광주의 모든 곳 역사가 깃든 정신, 문화 예술, 과학, 철학, 생태환경 등의 현장에서 가르치고 배우면서 청소년의 내면에 잠들고 있는 꿈이 없는 자 깨우고, 꿈이 있는 자 키우고, 꿈을 이룬 자 나눔을 실천하여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잠재력과 자존감을 키우는 가치 중심 감동교육의 개념이다.

왜 우리는 ‘교실이 학교다’에서 ‘광주가 학교다’는 개념으로 대전환해야 하는 가? 그것은 미래 사회가 AI와 더불어 융합적인 디지털 문명사회로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On-Off 복합 공간에서의 교육이 삶의 진정심과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수영을 가르친다고 할 때 수영을 교실에서 열심히 가르친다고 해서 수영 실력을 높힐 수 없다. 수영장이라는 현장으로 가야 좋아하고 즐기고 끈질김을 배울 수 있다.

많은 시민들은 평등성 교육이 실제로 학력을 하향 평준화시키고 있다며 이를 심히 우려하고 있다. 학력과 다른 실력이란 성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부모가 꿈꾸는 것은 자녀들이 어떤 분야든지 당당한 실력과 자존감을 갖추길 기대하고 있다.

평등은 다름에 대한 차별이 아니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가치이다. 광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신적 공간 등을 체험적으로 바르게 교육시키는 것이 청소년들의 잠재력과 인성을 깨우쳐 삶의 근본 뿌리를 튼튼하고 강하게 키우는 계기가 되고, 지구 공동체와 창의적으로 상생하면서 삶을 당당하고 행복하게 이끌어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은 “광주가 대한민국의 학교, 세계의 학교”라는 자부심을 키우는 방안이기도 하다.

11월3일 광주학생독립운동 제92주년을 기념하는 날에 광주제일고등학교 교정에 있는 광주학생독립기념탑에 새겨진 ‘우리는 피 끓은 학생이다. 오직 바른 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라는 학생정신과 광주의 4·19 혁명과 5·18 민주화 운동에 의한 광주 3대 시민 정신은 호남의 의향정신과 뿌리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살펴본다.

호남의 의향정신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1592년 임진왜란 때 충렬공 제봉 고경명과 둘째 아들인 학봉 고인후의 의병정신 그리고 의열공 학봉 고인후의 11대 증손인 녹천(鹿川) 고광순(1848-1907) 의병장을 포함한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호남지역의 유명 무명의 수많은 선비적 의병활동으로 의향정신은 뿌리 깊게 성장해온 것이다.

2021년 10월30일 가을은 역사적으로 아름다웠다. 1929년 10월30일의 나주역 그 자리에서 (구) 나주역사에서 (사)문화공동체 무지크 바움(이사장 조기홍)에 의해 제13회 나주학생독립운동 헌정 음악회가 개최되었기에 더욱 아름다웠다. 헌정음악회에서 독립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던 광주보통여고보 댕기머리 여학생 중 한 분인 독립의 무궁화 꽃 이광춘에게 헌정한 전숙 시인의 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노경호 선생에 의한 낭송과 김창헌과 이보라에 의한 두 대의 첼로 연주, 문세빈 어린이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라를 위해 희생된 젊은 영혼을 그리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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