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르 세베린 크뢰이어 作 ‘Hip, Hip, Hurrah!’ <위키피디아 검색>

‘삶’이란 아주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지칭한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모이고 모여 우리의 일상을 꾸려낸다. 하지만 이렇게 한결같은 시간에 대한 행복과 소중함은 간혹 삶 속에서 벌어지는 몇 가지 특별한 사건들 때문에 잊혀지기 일쑤이고 덩달아 삶은 대개 특별한 것이라고 인식되곤 한다.

그렇지만 또 삶이 그다지 독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고, 어쩔 수 없는 이 지루한 루틴을 반복해가며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포인트가 우리의 삶을 그리도 뒤집어 놓는 것일까? 살다 보면 문득 밀려오는 몇 가지 대표적인 의문점들이 있는데, 질문의 중심에는 바로 이 문장이 있다. ‘진정한 삶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내가 원하는 삶을 나는 지금 살아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독자들은 진정한 삶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현재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내고 있는가? 쉬운 듯 보이지만 대답하기에 참 어려운 질문이다. 대답으로는 ‘돌체 파 니엔테’(Dolce Far Niente) 라는 말을 하나의 해답으로 제시해 볼 수 있겠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보면 ‘돌체 파 니엔테’라는 말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이탈리아어로 ‘달콤한 게으름’으로 해석되는 이 말은 영화의 모든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단어이다.

평범한 직장, 평범한 가정 무엇 하나 흠잡을 곳이 없는 여주인공의 삶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허무한 감정’은 그녀에게 그간 주어졌던 모든 것을 버리고 진짜로 원하는 삶을 찾아 떠나도록 만든다.

그 뒤 세계 각지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이탈리아에서 마주친 지오반니로부터 ‘돌체 파 니엔테’라는 말을 듣고 삶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집착을 내려두는 법,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나의 행복에 집중해 만족감을 얻는 법 그리고 이를 점점 키워 삶의 방식으로 바꿔 가보는 태도는 주인공에게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살며 게으름을 느끼는 순간, 그것도 달콤한 게으름이란 느긋함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종류는 매우 다양하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그래도 ‘먹고, 마시는 일’에서 오지 않을까 싶다.

햇살이 내리쬐는 창가에 앉아 향이 좋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예쁜 디저트를 한 입 맛볼 때 아마도 이런 느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간섭도 없이 온 세상이 나만의 것인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 찰나의 순간들을 조금씩 조금씩 늘려가다 보면 진정 원하는 삶에 도달하게 될 수 있게 될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명화 속에서도 이런 달콤한 게으름의 순간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아주 거창하고 웅장하지 않더라도 사이사이로 배어든 달콤함이 관람자의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어 준다.

게오르그 플레겔 作 ‘빵과 와인이 있는 정물’ <위키피디아 검색>

게오르그 플레겔이 그린 정물화 ‘빵과 와인이 있는 정물’에도 제목처럼 별반 특별할 것 없는 음식들이 등장한다. 달걀프라이 2개가 놓인 접시와 그 뒤로 보이는 빵과 와인은 한 끼 식사로 손색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으로 식탁을 장식하고 있는 꽃병에 꽂힌 빨간 카네이션은 풍미를 돋워 주는 듯하다.

독일 최초의 정물화가 플레겔은 정밀하고 사실적인 묘사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고, 당시의 식탁 풍경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정말 세밀하게 잘 그려 놓았다.

정물화가 주된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부터다. 급작스럽게 부를 쌓은 신흥 귀족들의 정서적 허영을 달래기 위해 유행하기 시작한 정물화에는 깊이 있는 사고나 생각들이 담겨 있다기보다는 눈을 즐겁게 해주는 말 그대로 보기에 아름다운 그림이다. 따라서 그림에서도 부유함이 가득 느껴진다.

안나발레 카라치 作 ‘콩 먹는 사람’ <위키피디아 검색>

이와는 조금 차이가 나는 작품을 하나 살펴보자. 소개할 작품은 안나발레 카라치가 그린 ‘콩 먹는 사람’으로 먹는 행위 자체를 그려 놓은 몇 안되는 독특한 그림이다. 그림을 보면 밀짚모자를 눌러 쓴 농민이 한 손에는 마른 빵을 쥔 채 콩 한 숟갈을 떠서 입으로 가져가고 있다.

더불어 식탁 위에는 날것으로 먹을 것인지가 궁금해지는 파 뿌리 조금과 거창한 식기 대신 소박한 접시와 숟가락, 나이프 그리고 식탁보가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와인인지 물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허름한 잔과 물병도 등장한다.

카라바조와 함께 이탈리아 ‘바로크’ 시기를 연 장본인으로서 세밀하고 장식성이 넘치는 거대한 스케일의 성상화를 주로 그려온 화가 카라치의 이 작품은 작가의 또 다른 매력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그의 풍속화 중 하나이다.

매너리즘을 탈피해 새로움을 찾던 시기 르네상스의 정확함을 다시 그림에 불러오고자 했던 카라치는 이상화 없는 현실적인 묘사를 추구했다. 따라서 그가 그린 풍속화에는 당시의 모습이 가감 없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성향이 다른 두 그림을 살펴보았지만 그래도 결론은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노동자도, 허영과 욕망으로 가득했던 신흥부자들도 먹는 일 앞에서 행복감을 느꼈던 것은 매 한 가지이며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평등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달콤한 게으름의 순간을 어떻게 보내고 유지하느냐가 삶에 대한 태도를 바꿔 낼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현남· 전남대 미술이론 박사수료>

‘나답게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깨닫게 할 ‘달콤한 게으름’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종일 힘들게 일하고 고작 쉰다고서 맥주 한잔에 가요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밀려오는 허무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휴식은 되겠지만 나다움을 찾는 달콤한 게으름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에 더해 주중 내내 불안감에 휩싸여 강박적으로 무언가 열심히 해야 한다는 심리 상태는 어리석은 루틴을 반복하게 하는 최악의 원동력이라 하겠다.

필자도 이번 생은 처음이라 그 순간이 어떤 것인지 종잡을 수 없어 울기도 많이 울고 좌충우돌하기도 했지만, 달콤한 게으름에 대해 고민해 보는 이 순간부터는 뭔가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기분이다.

그리고 이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걸 아는 것. 크뢰이어의 작품 ‘Hip, Hip, Hurrah!’처럼 좋은 사람들과 함께 조금의 술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것 이외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 싶다.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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