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7(월)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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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핀치’(Finch)에서 미래 인류는 환경재앙을 피하지 못한다. 몇몇 살아남은 인류는 황폐한 지구에서 제 각각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가장 무서운 적은 한정된 자원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생존게임을 벌이는 다른 인간이다. 여기에서 애완견과 인공지능을 장착한 휴먼 로봇은 인류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 친구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모든 사회 시스템이 붕괴된 절망적인 환경에서 그래도 따뜻한 희망을 찾아가는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은 환경 위기를 다루는 현재의 지구촌 사회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휴먼 로봇 안드로이드와 인류의 대결이라는 전통적인 주제에 천착하는 에스에프 영화도 있다. 영화 ‘마더 안드로이드’는 인간보다 우수한 인공지능을 장착하고 인간의 외양을 한 휴먼 로봇들이 어느 날 갑자기 동시에 반란을 일으키는 상황을 묘사한다. 원래 가정이나 일터에서 인간을 위해 일하는 충직한 노예였던 안드로이드들이 갑자기 반란을 일으키는 것은 자신들이 인간보다 우월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의 두뇌에 인간의 명령에는 절대복종해야 하며 인간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로봇윤리를 심어놓은 것만을 믿고 있던 인류는 큰 충격을 받는다. 인간의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던 휴먼 로봇들이 갑자기 동시에 반란을 일으키는 절박한 상황에서 인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피해를 입은 끝에 인류는 반격의 거점을 마련한다. 섬과 같이 존재하는 안전지대를 중심으로 자신들이 창조해냈지만 이제는 적이 된 인공지능 로봇들과 생존을 위한 싸움에 나선다.
이처럼 최근 영화들이 그리는 미래사회는 암울한 모습이다. 디스토피아다. 미래에 대해 어떤 희망을 갖느냐가 현재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사실 현재의 문제를 보여준다.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재앙과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팬데믹 상황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점차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환경재앙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보이지는 않는다. 팬데믹 상황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급속한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가 보여주는 것처럼 디지털 기반의 가상현실이 점점 대중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가 지향하고 있는 디지털 세계가 인류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인가? 디지털 기반의 가상 세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핵심기술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인공지능이 결국 인간의 기대를 저버리고 인간을 배반하는 도구가 되지는 않을까? 환경문제와 디지털 전환 등 영화 속 미래사회를 보는 눈은 아직 미래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일말의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모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 교수가 일찌기 설파했듯이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재앙과 이로 인한 팬데믹 등 범지구적인 문제는 국제사회가 초국가적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그러나 현실의 국제정치는 국가들 간의 협력 부재와 상호불신으로 힘을 합치기보다는 대립과 갈등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미래사회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이것이 인류가 다가오는 미래를 아직 낙관하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인류가 갖게 되는 불안감이 근거있음을 알려준다. 미국·중국 간의 패권다툼이 점차 구체화하는 가운데 러시아에 의해 벌어진 이 전쟁은 강대국 간의 힘의 논리가 피와 눈물을 넘어서고 있다는 국제정치의 냉정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민간인과 군인들을 비롯한 끔찍한 인명손실이 늘어나고, 피난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쟁을 일으킨 자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세기를 파괴적인 전쟁과 혁명으로 보낸 인류가 21세기에 들어서도 전쟁을 수단으로 국제정치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유혹에 빠진다는 것은 암울하다. 이제는 과거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 당면한 인류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과 갈등조정의 체계를 구축하고 조금이라도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복원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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