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7(목)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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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1835-1910)은 처음에는 스페인 지배로부터 벗어나려는 필리핀을 돕는 것으로 알고 미국의 군대 파견을 환영했지만, 미국이 독립을 맞았다고 기뻐하는 필리핀인들을 학살하고 필리핀을 장악하려 한다는 진실을 알고 난 후에는 미국의 식민지 정책을 통렬히 비난했다. 그 비난을 담은 책이 바로 『전쟁을 위한 기도』이다. 하지만 모든 출판사에서 출간을 거부했고, 마크 트웨인은 미국 정부의 홀대 속에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결국 『전쟁을 위한 기도』는 그가 죽은 후에야 출간되었다.
마크 트웨인처럼 전 세계인들에게 알려진 또 한 사람의 미국 작가가 있다. 라이먼 프랭크 바움(1856-1919)이다. 1900년에 출간한 그의 저서 『오즈의 마법사』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명작으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고,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숱하게 만들어졌다. 책이 준 명성 때문인지 라이먼 프랭크 바움이 말년을 쓸쓸하게 보냈다는 기록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정복의 법칙과 문명의 공정성에 따르자면 백인들이야말로 미국 대륙의 주인이다. 개척지 주민들이 최상의 안전을 누리며 살기 위해선 지금 남아 있는 인디언들을 깡그리 멸종시켜야 한다.”
시대를 넘어서서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의 저자가 한 말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말이다. 그의 바람 때문인지, 2천만 명에 달하던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10분의 일 수준인 200만 명이 되었다. 모두가 라이먼 프랭크 바움 같은 인물들 덕분이다. 그리고 우린 지금 아이들에게 마크 트웨인의 『전쟁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오즈의 마법사』를 읽힌다.
라이먼 프랭크 바움 같은 작가나 지식인들은 우리 시대에도 흔하게 발견된다. 작가나 지식인이 시대의 한계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이익을 넘어서서 보편적인 인류애를 설파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때문에 우리는 라이먼 프랭크 바움이 보여준 이중성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실상을 확인한 후 반성과 함께 지식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에 눈을 돌리고 미국인들을 향해 식민 통치의 부당성을 설파한 마크 트웨인의 행보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우린 지금 우크라이나-소련 전쟁을 목도하고 있다. 모든 이가 바라는 대로 정의롭고 평화적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인류 역사상 그런 사례는 없었다. 비정의와 부도덕한 비호 속에 한 무리가 된 사람들은 편안한 시절을 누렸고, 정의와 도덕을 호소했던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것이 인류 역사가 증언하는 진실이다. 분명, 우크라이나-소련 전쟁도 정의롭고 평화적인 결말을 호소하는 지식인들과 세계 시민들이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강자들의 요구와 욕망이 가장 큰 비중으로 포함된 상태로 종결될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사상이 탄생한 시대라 하더라도, 그 사상으로 그 시대를 위대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설파된 사상과 철학은 언제나 그 시대에 가장 결핍된 것이었다. 이미 충족된 것을 설파하는 사상과 철학은 없기 때문이다. 『논어』에 실린 공자의 가르침도 그 시대에 그런 가르침이 보편적으로 실현된 것이 아니라, 실현되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이었다.
4월16일이 또 한 번 지났다. 아무리 많은 4월16일이 지나가도 더 선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희망의 노래와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그 시대가 희망사항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더욱 희망의 노래를 멈출 수 없다. 멈추면 더 잦은 빈도로 더 크게 절망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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