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남부대교수·웃음명상전문가

한 여름밤 모깃불을 피워놓은 평상 위에서 손자, 손녀들에게 커다란 부채를 팔랑팔랑 부쳐주며 옥수수를 한 바구니 쪄놓고 먹으면서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해 주시던 할머니가 그리워진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밤하늘에 수없이 많은 별들을 베개 삼아 상상의 날개를 폈던 아름다운 추억은 언제나 소중한 기억이다. 인간은 어려운 시절을 회상할 때 한 장의 흑백사진을 보면서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라고 한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인생이 일장춘몽이라 아니 놀지는 무엇하리”같은 시조의 문장은 민요나 대중가요에도 등장하는 가사로 많이 활용되었다. 이런 여유로운 놀이나 웃음의 문화가 이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확산으로 빠르게 진화하면서 세대 간의 웃음 코드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고 있다. 1인 가구의 가파른 증가세는 TV 앞에 모인 가족을 해체시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이동시키고 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동영상 속의 웃음 코드는 생활 속의 ‘경험’과 ‘현실’을 바탕으로 생산 되어지고 있다.

억지 웃음보다는 사실적인 미술 작품을 보는듯한 현실감이 웃음의 소재가 되고 있다. 예전 힘들고 어려운 시절 흑백 TV 앞에 모여 복싱이나 레슬링 등으로 우리의 스트레스를 풀었다면, 지금 MZ 세대(밀레니얼+Z세대: 1981-2010년생)들은 자신이 영상의 창조자가 되어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신기술이나 디지털 활용에 능숙한 MZ 세대에게 사실을 기반으로 한 웃음은 더 빠르고 자극적으로 다가간다. MZ 세대는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면서 웃음 코드는 소유에서 공유로 공유에서 구독으로 옮겨가며 자신이 필요한 것만 먹게 된다.

플랫폼 영상들은 순식간에 모방되고 재가공되어 공유되는 속성이 있다. “머리! 젖습니다. 옷도! 젖습니다. 신발! 젖습니다. 양말까지 젖습니다. 옷 머리 신발 양말 다 젖습니다. 물에 젖고 물만 맞는 여기는 아마존. 아, 마, 존조로존조로존~” 무명의 놀이공원 아르바이트생의 놀이기구 설명 안내 멘트다. 재치 있고 반복적인 리듬에 홀리듯이 따라하게 하는 이 멘트는 우리에게 신선한 유머 코드를 또 하나 선사해주었다. 2분30초짜리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단 며칠 사이에 1천2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무명의 아르바이트생이 ‘소울리스좌’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일약 유명 스타로 떠올라 광고까지 출연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의 ‘우 to the 영 to the 우’ 유행어의 힛트가 플랫폼 콘텐츠를 등에 업고 또 하나의 세계적인 K드라마 장르를 만들어 냈다. 5G 광속도를 사는 지금 수천 년 걸렸던 아날로그적 문화의 진화 속도는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스마트폰 세대)의 등장으로 단시간에 전파된다.

디지털 문화의 주요소비층인 MZ 세대가 만들어내는 웃음문화는 다르다. 기존 아날로그 문화 세대들의 전통적 문화 전달 방식인 놀이, 공감, 스토리텔링에 속도를 결합했다. 인간은 놀이를 통해 진화해 왔다. 즐거움과 재미가 공감을 얻고 그 스토리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할 때 ‘좋아요’‘구독’‘알람’이 설정되면서 속도를 얻어 급속히 전파되는 것이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지다 보니 말이 짧아지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와의 벽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웃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AI 시대 이제 웃음 코드도 속도를 이해해야 할 시대가 됐다. 웃음도 속도다. 상대의 웃음 코드를 얼마나 빨리 읽어 내느냐가 ‘헐~~’하는 상황을 만들어내지 않을 것이다.

이제 지구라는 별은 인터넷으로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다. 에너지, 기후, 식량, 전쟁, 전염병 등 인간의 행복을 위협하는 요소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렇지만 웃음을 잃지 말고 우리의 의식을 잘 진화시켜 평화로운 지구별이 되기 바라는 마음이다.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 웃음과 유머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열쇠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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