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연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 팀원

지난 6월, 완도 바다에서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한참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10살의 아동은 부모의 빚으로 인한 잘못된 선택으로 자신의 빛을 발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안타까움을 전달하는 언론에서 그리고 그 사건을 함께 보는 사람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동반자살’이라는 단어보단,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자녀의 생살여탈권이 부모에게 있다는 구시대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명백한 살인 범죄이자 아동학대 사건으로 인식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러한 아동 학대 사건을 미디어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하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동 학대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을까? 아동학대는, 아동복지법에 성인이 아동에게 가하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과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방임하는 행위를 칭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쉽게 말해 아동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 전반을 포함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흔히 훈육이라고 착각하는 ‘체벌’도 아동학대에 포함되는 행위이다.

체벌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나도 맞고 자랐는데 지금은 괜찮아.’, ‘바르게 자라는데 체벌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2021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부모 10명 중 6명은 아동 체벌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체벌을 경험하면서 아무런 문제없이 자랐다는 것은 기적과 같다는 말처럼,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체벌은 아동에게 수치심과 공포심을 조장하는 즉각적인 제압이자 통제인 ‘학대’이지, 교육적 의미의 ‘훈육’을 대신할 순 없다. 이러한 학대를 경험한 아동은 주의력 부족, 민감하고 과잉된 반응, 우울감, 위축뿐 아니라 지능과 인지기능, 감정 조절 기능 등 다양한 부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체벌의 위험성 때문에, 2021년에는 민법에 규정된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이 국회 본회의를 통해 삭제되었을 정도로, 체벌 금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체벌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방임’에 대한 문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성인 대다수는 신체학대 등에 비해, 방임을 학대로 인식하는 비중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2017년에 한국인 부부가 괌 여행 중 아동을 차에 두고 마트에 갔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지 경찰에 체포된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차 안에 아동을 혼자 내버려 두는 것을 아동보호법 위반으로 여기고 아동학대로 처벌한다. 그 부부는 우리나라의 기준대로 생각했다가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방임에 대한 인식이 해외와 비교해서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우리나라 아동학대 건수는 해가 지날수록 점점 늘어가고 있다. 2018년에 2만4천 건이었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20년에 3만 건을 넘어섰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관련 기관들은 전문화, 분업화, 교육, 제도와 시스템 개선 등의 작업을 통해 아동학대로부터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어떨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본지에 기고했던 글에서 사용한 적 있다. 그 말을 조금 바꿔 적용하면, ‘한 아동이 학대를 받는 것은, 온 마을의 책임이다’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선 아동과 함께 사는 부모나 가족이 아니더라도, 함께하는 지역사회 모두가 아동의 보호자로서 인식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얼마 전 모 드라마에서 나왔던, ‘아동은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는 말처럼, 아동을 위해 우리의 인식과 관심을 조금만 바꾼다면, 안타까운 이유로 뉴스에 나오는 아동보다, 지금 당장 행복하다고 웃음 짓는 아동의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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