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우리 민족사에 큰 아픔 이었다
동족의 학살을 거부한 저항은
시인의 붓끝으로 담아낼수 없는
이땅의 강과 산이 흔들리는 일이었고,
호남의 동쪽 끝자락에 죽음을 넘어선 몸짓이었다.
바다 건너 제주의 핏빛 유혈을 막아내지 못하고
죽음보다 더 값비싼 자유의 몸부림 어찌 그날을
잊으랴, 에덴의 동쪽 드라마가 아니고 실제 참극이
일어났던 여순 반란사건!
죽음으로 밝히는 그날의 함성과 진실, 생명과 평화를
어찌 잊으랴, 시월의 단풍이 익어가는 지리산에
또 하나의 인혈로 물들였다니 동족의 상잔으로
아픔을 지워지지 않는 채 고희를 넘겼으니
산자의 기억속에 희미해 지구나.
역사는 과거를 위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것,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피에 젖은 그날의 슬프고
진실과 화해를 가슴속에 새길 일이다
그 뜻 높이 받들어 일구고 이어가며
다시는 이땅에 비극이 오지 말아다오.

<김영석 약력>
▲전국 시조 시 백일장대회 수상, 전국 영랑백일장대회 수상, 전국 작가 문학상 공모 대상 수상
▲한겨레 신문 세월호 특집 최우수 시 선정
▲현 광주문인협회 사무처장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김영석 님의 시 ‘항쟁의 반란’에서의 시적 화자는 민족사의 큰 아픔을 떠올리고 있다. 여순 반란 사건, 제주 4·3항쟁에서 함성과 진실, 생명과 평화를 이끌어낸다. 민족사의 서러움이 서려 있는 그 날의 함성이 아프게 들리는 듯하다. 고인 울음이 골목마다 넘실대도, 목이 터져라 뜨겁게 싸웠을 것이다. 함성을 밀어 올리며 진실이라는 꽃이 피어날 때까지 절박하게 외쳤을 것이다. 파문처럼 번지는 아픔을 견디며 진실과 평화의 꽃이 되기 위해 걸었던 걸음들. 그 걸음 앞에서 마음이 숙연해진다. 울대가 터진 그날, 얼마나 많은 눈물 흘리며 가슴 쳤을까. 신열 앓은 밤이 한 달 두 달 일 년을 넘기며 얼마나 몸서리치게 아팠을까. 동족상잔의 아픔 속에서 시적 화자는 어떤 깨달음에 이른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것. 피에 젖은 그날의 슬픔, 진실과 화해를 가슴속에 새기는 것. 그 뜻을 높이 받들어 일구며 이어 가야 한다. 다시는 이 땅에 비극이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가슴 절절하게 호소하듯 내뱉는 시적 화자의 목소리에 독자들은 가슴이 먹먹하다. 부디 이 땅에 자유와 평화만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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