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8(수) 22:03
|
일본의 ‘히키코모리’를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은둔형 외톨이’라 부르고 있다. 이는 성과 위주의 경쟁 사회와 승자 독식 사회 구조에서 밀려난 개인이 사회적 철회(social withdrawl)를 하며 외롭고 불안하지만 자신만의 세계로 도피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없지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17)은 ‘최소한의 사회적 접촉 없이 3개월 이상 집 안에 머물러 있고, 진학·취업 등의 사회참여 활동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으며, 친구가 한 명밖에 없거나 한 명도 없이 자신의 은둔상태에 대한 불안감이나 초조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로서, 정신병적 장애 또는 중등도 이상의 지적장애가 있을 경우에는 제외한다’라고 정의했다.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를 겪으며 은둔과 고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은둔형 외톨이 관련 법이 현재 제정되어 있지 않다. 2019년 광주시는 전국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조례’를 제정했고, 2020년에는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 결과, 이들이 처음 은둔생활을 하는 시기는 만 19-24세가 46%로 가장 많았고, 만 18세 이하는 13.5%로 나타났다. 청소년기에 은둔생활을 시작하게 된 주요한 계기는 학업 중단이나 진학 실패, 대인관계 어려움 등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대학 진학에 대한 부모의 기대와 사회적 성취에 대한 심리적 스트레스, 또래 관계의 어려움 등이 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은둔생활이 5년 이상 장기화돼 만성화가 되면 당사자의 깊은 절망감과 무기력감이 견고하게 돼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므로, 은둔 초기 적절한 대응과 은둔 단계별 체계적인 개입이 중요하다. 청소년기 은둔형 외톨이는 초·중학교 시절부터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거나 학습부진, 학교폭력 피해, 잦은 지각 및 결석, 무기력함 등의 은둔 징후를 보인다. 이들은 중학교 의무교육을 힘겹게 마친 후 고등학교에 미진학하거나 진학해서도 대인관계와 학업 스트레스, 진로 결정, 가족 문제 등(김신아, 2019)으로 인해 사회적 철회를 하며 자기만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학창 시절 은둔 징후가 일부 보이며 등교 거부 등으로 은둔생활이 시작되려는 초기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10대 청소년의 경우 부모 문제가 은둔의 한 요인이기도 하지만 부모는 은둔생활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도 큰 자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가족문화 속에서 자녀 돌봄에 책임이 있는 어머니가 자녀를 잘못 돌봤다는 죄책감과 사회적 낙인으로 외부 노출을 피하게 되고 함께 정서적·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이제 은둔 청소년 당사자의 어려움은 더 이상 한 가정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할 사회적 문제라는 시각으로 확대하여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우리를 있는 그대로 봐주세요. 시간이 필요해요.”라고 말하는 은둔 청소년에게 가장 큰 힘은 아마도, ‘편견 없는 시선, 가족의 따뜻하고도 지속적인 응원,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일 것이다. 저출산 시대, 경쟁적 사회 구조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은 매 년 조금씩 악화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청소년의 마음 건강을 챙기겠다고 외치며 다양한 대책을 만들고 있다. 이제 우리의 시선 전환과 적극적인 지원 대책 마련을 통해 청소년의 마음이 덜 아파질 수 있는 사회환경 구성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