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6(일)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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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토반이 깔리면 나쁠 것이 없다. 광주와 영암 해남 목포 간 연결성을 높여 준다. 스피드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을 지역 내로 유인할 수 있다. F1 경주장을 중심으로 모터 스포츠 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영암 장례업자만 좋은 일’이란 우스개가 생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는 아우토반보다 시급한 교통 현안이 있다. 광주와 고흥반도를 연결하는 문제다. 도서를 제외하고 광주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먼 곳이 어디일까. 광주광역시청을 기준으로 카카오맵에서 계산하면 고흥군 도화면 구암리(땅끝로 1006)다. 거리는 138.4km(2시간 5분 소요)다. 전남 육지부 읍 면소재지 중 가장 먼 곳도 고흥 도양읍(녹동)이다. 거리는 132.7km(1시간 44분 소요)다.
해남군 송지면 땅끝 일대도 광주와 수도권에서 무척 멀다. 하지만 고흥반도와는 여건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 현재 공사 중인 광주-강진(성전) 고속도로(1단계)가 2026년경 완공되면 해남의 접근성은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해남으로 출퇴근도 가능해진다. 또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포함된 강진-완도(해남 북평) 고속도로(2단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해남의 교통은 완전히 달라진다. 광주-강진 고속도로 개통을 전제하면, 광주와 수도권 등지에서 가장 먼 곳은 고흥 뿐이다.
전남도도 그동안 광주-고흥 고속도로 건설에 관심을 쏟았다. 광주-고흥 고속도로를 국토교통부의 제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6-2030)에 넣기 위해 2021년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을 실시했다. 화순-이양-득량-고흥 봉래면을 연결하는 고속도로(87.7km) 노선도 마련했다. 4조3천158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건설비용이 걸림돌이 돼 추진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광주-고흥 고속도로 건설에 우호적 상황이 생겼다. 윤석열 정부의 ‘우주 강국’ 국정과제 때문이다. 정부는 우주발사체 산업 클러스터와 민간주도 우주개발 생태계 조성, 우주발사체 시험 인증센터와 사이언스 콤플렉스 구축, 미래 비행체 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을 핵심 국정과제로 확정했다. 이런 국정과제의 핵심 기지 역할을 할 곳이 바로 고흥 봉래면에 조성될 우주발사체 국가산단이다.
하지만 고흥 우주발사체 국가산단은 단순한 산단이 아니다.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탑재 기술과 발사체 개발이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북핵 위협이 날로 고도화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윤석열 정부가 우주 강국 프로젝트를 강조하고 우주항공청을 신설하려는 속내도 여기에 있다. 사실 위성을 쏘아 올릴 발사체는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이나 같은 것이다.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에 국내외가 주시하는 까닭이다.
고흥 국가산단은 우리 민족의 미래 생존을 보위하는 곳이다. 문제는 낮은 접근성이다. 고흥반도는 한반도 중앙 끝단에 위치해 수도권과 지리적으로 가장 멀다. 광주에서 출퇴근은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전남 동부의 중심도시 순천과도 1시간이나 걸린다. 이런 지리적 교통적 조건 때문에 우주발사체 국가산단이 터덕거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광주-고흥 고속도로 건설이 선결돼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고흥반도 접근성 개선 노력은 체계적이지 못했다. 전남도는 균형발전 관점이 아닌 국가방위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설득력이 있었을 텐데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늦지 않았다. 아우토반이 아니라 광주-고흥 고속도로 건설의 이유를 정부에 합리적으로 설득하면 된다. 그래야 고흥 국가산단이 살고, 수도권과 광주권에 있는 고학력 고기술 인력이 고흥의 기업과 연구소 문을 두드릴 것이 아닌가. 일자리 창출과 젊은 인재의 정주를 담보할 국가산단을 어떻게 아우토반 건설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전남도는 지역 내 광역교통망 구축의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 우리의 생존과 보위와 직결된 국가산단의 성공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 광주와 영암을 잇는 아우토반보다 광주-고흥 고속도로 건설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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