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수) 20:42
|
새끼가/새끼를 낳아/안고 업고 걸려들 왔다.
괴괴하던 온 집안이/왁자지껄 웃음꽃이다.
웃음꽃, 한물에 지면/또 한해를/어찌할꼬.
요즘에는 상상 할 수도 없는 꽤 재미있는 풍경이 그려진 작품이다. 우리의 큰 명절인 설날에 고향집에서 자식들이 손주들을 안고 업고 한 가득 모인 장면은 흥성스럽기만 하다. 노부부만 사는 썰렁한 집안에 외지의 자식들이 모여서 왁자지껄 웃음꽃을 피우면 순식간에 사람 사는 활기로 그득해 진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새끼들’이 모였으니 이보다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작가 박완서 선생의 작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처럼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다 간 것일까. 시골이건 도회지건 물어볼 일이 생겨도 도통 사람을 만날 수가 없다. 가는 곳마다 빈집이 수두룩하고 아이들이나 젊은 사람은 고사하고 사람 자체를 구경할 수 없는 세상이다. 얼마 전 동네 앞 정자에서 점심을 나눠 먹은 일이 있었다. 정자를 찾은 우리가 반가웠는지 노인네 두어 분이 뭘 도와드릴까를 물었고 우리는 가까이 오셔서 같이 드시자고 했었다. 피차 사람이 그리운 것이다.
2024년도 초등학생 입학생이 30만명이고, 2년 후에는 20만명으로 줄게 된다. 인구절벽은 부실교육으로 이어지고 각급학교 또한 그 유지가 어렵게 돼버렸다. 입학자원이 절대부족이니 연쇄미달 사태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근로현장에는 젊은이가 없고 농촌의 노동자는 외국인이 고작이다. 이 지경에 와서 누구를 탓하랴만 우리도 한 때는 ‘두 명도 많다 한명만 낳아 잘 기르자’고 자못 크게 외치기도 했었다.
현하 출산 비율이 2명의 부부가 1명도 아닌 0.6명에 그치고 있다는 말이며 그 저점이 어디일까 싶다. 이렇게 된 데에는 우선 정치의 잘못이 크다. 소설가 김진명 선생은 인구감소에 따른 자신의 ‘상상력’을 다음처럼 제안하고 있다. 지금의 상태라면 대한민국 경제 붕괴는 가속화될 것이고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PWC의 예측에 우리 경제적 순위가 2050년에는 나이지리아, 이집트, 파키스탄, 이란에도 뒤처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필자가 최근 방문한 베트남만 해도 가는 곳마다 젊은이들이 넘치고 그들만의 백년대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한국이 우선은 경제력이 앞선 상태이니 ‘코리안 드림’으로 한국행을 선호하고는 있으나 노인한국과 젊은 베트남의 미래는 이미 판정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출산장려를 위해 국가가 투자한 돈이 180조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다 출산대책은 황금시간을 모두 날리고 출산휴가, 육아휴직, 보육서비스 등을 제시하지만 피부에 와 닿는 게 없다. 김진명 작가는 첫째로 한국과 일본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EU 같은 경제공동체를 결성해서 5억 5천만의 인구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이리 되면 EU 인구가 4억 5천만이니 우리 쪽이 1억이 많은 셈이다. 현대는 인구 숫자가 곧바로 경제력이고 안보력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글을 세계에 널리 보급하여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민자들의 사회통합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봐온 터에 한국어로 동화수단을 삼자는 것이며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세 번째는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무엇보다 강력한 현금지원을 제안하고 있다. 정부가 한 아이 출산 당 2억원을 지원한다면 인구 천만 명 확보는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그리되면 30년 후에는 인구 천만에서 창출한 부가가치가 2천조의 열 배가 넘을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맞춰 50년 장기국채를 발행하자고 제안한다. 출산에 따른 인센티브 금액이 높은 나라일수록 많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충북은 아이출생에 1천만 원을 지급한 결과 17개 시·도 중 전년에 비해 1.5%가 늘어났고, 나머지 16개 시도는 일률 감소했다는 것이다. 충북만 유일하게 출산율을 끌어올린 셈이며 그 배경에는 ‘아이를 낳으면 현금 1천만원’ 지급 정책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금년은 대한민국에 총선이 있는 해이다. 인구가 자꾸만 뒷걸음치다 나라가 없어지게 생겼는데 어느 당이 이에 대한 공약을 제시하는가를 눈여겨봐야 한다. 단언컨대 유권자라면 출산율을 높이려는 정당을 사랑하고 출산정책에 유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어야 대한민국이 진정 살아날 것이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