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웨딩의거리 ‘무인정산기’가 1년 넘도록 작동이 멈춰 있다. 일대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단기주차장을 마련했지만 정산기 고장을 방치해 인근 상인들의 전용공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동구는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은 웨딩의거리 도로 양방향에 2018년 장애인 1면 등 총 27면의 주차장을 조성하고 정산기 14대를 설치했다. 정산기는 보통 1대가 2면을 관리하도록 했는데, 차량이 구획선 안으로 진입하면 번호판을 촬영하고 출차 시 요금을 징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잦은 오류를 일으켰고, 급기야 2022년 12월부터 요금을 징수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기기 모두에 ‘점검이 끝날 때까지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부착돼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상인을 비롯해 먼저 차지한 사람이 임자인 꼴로 장기주차가 횡행하고, 주변의 혼란까지 부추기고 있다. 정작 웨딩의거리 방문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인 것으로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동구의 안일한 인식이다. 상인들의 장기주차는 물론, 일부 적치물까지 쌓여있는 실태를 파악하고 있지만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차장 폐지까지 검토했으나 상인 반발에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요금 환불 등 민원에 정산기 시스템 오류를 개선하려 했음에도 타 지역 소재 업체여서 즉각적인 조치가 불가능하고, 재구축 시 2억원 정도가 추가로 소요돼 이마저도 어렵다고 한다.

단기주차장 운영이 1년이 넘도록 중단되고 있다. 오롯이 그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웨딩의거리 방문객의 편의를 위한 시설이 되레 불편을 심화시키고 있다. 정산기 화면이 읽기 힘들 정도로 오랜 시간 방치되면서 도심 내 흉물로 변했다. 동구는 정산기를 대체해 한시적으로 정산 직원을 두고 장기주차를 예방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면 대체 부지를 확보하는 노력까지 해야 할 것이다.

동구가 잦은 민원 등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시급하게 조치해야 한다.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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