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9(수)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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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정치권은 대다수 정치인들이 비전과 정책보다는 대권과 당권을 염두에 두고서 인물 타박을 하거나 자신의 존재를 팬덤에게 부각시키려는 관심종자(關心種字)의 정치에 열중하고 있다. 더 나아가 상대편을 비방하고 악독스럽게 못마땅한 어조로 정치를 그만두라는 독설(毒舌)을 매스컴에서 내뱉고 있다.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거나 사법의 판단으로 자격을 상실하면 스스로 정계를 떠나면 되는 것이다. 이런 관종과 독설은 국민의 선택을 모욕하는 행위이다.
역사적으로 왕조시대 군주조차도 공과 사를 분별하지 못한 당파를 경계했다. 특히 조선 숙종 때 당쟁은 최악의 비극을 초래했다. 숙종은 당쟁과 훈척(나라에 공로 있는 임금의 친척) 세력을 이용해 왕권을 강화하고자 환국(換局)를 단행했다. 그러나 당시 붕당은 자신이 속한 당을 목숨 걸고 지키는 것이고 다른 당을 비방해 죽음으로 내몰아가는 상황이 돼버렸다. 정치적 리더십이 결여된 잦은 환국은 고변(告變)과 옥사(獄事)로 관련자들의 죽음만을 초래했다. 당쟁은 처음에는 군자와 소인을 구별하는 사림(士林)의 속성에 시작됐으나 점차 흑과 백, 음과 양처럼, 아(我)와 비아(非我), 적과 동지를 구별해 귀양, 삭탈관직, 생과 사를 넘나드는 극한적 대립이 지속됐다. 숙종은 노론과 소론의 대립하는 상황에 대해 “밤낮으로 경영하는 바가 오직 남을 모해하고 나라를 병들게 하면서 이름을 팔고 세력에 추종할 뿐”(이성무 저, 조선시대 당쟁사2)이라며 한탄했다. 지금 여야의 대립 상황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그 당시에도 숙종의 초빙으로 당대의 실세이자 학자로 송시열, 박세채, 윤증의 3원로를 입조하는 ‘3인동사(三人同事)’로 정국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당쟁의 대립이 100년 이상 지속되면서 사림의 대부분이 가문, 친척, 동문과 사제지간에서 정적(政敵)으로 바뀌어 서로 간에 원한과 복수만 남게 됐다. 이런 극한의 당쟁으로 힘없는 백성의 삶은 피폐해졌고, 외세 침략을 대비하지 못한 채 조선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국민은 여러 쟁점에 대해서 정치적 견해와 입장을 극단적인 좌우로부터 중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유독 선출직 의원들은 모든 쟁점적 사안에 대해서 국민의 편에서 정치적 포용력을 취하기보다는 상대당과는 다른 입장을 고수하거나 결국 당론을 따르게 된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모든 영역에서 보수와 진보의 정치색을 띠게 되는 정치화(politicalization)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세상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처방하는 규범경제학(normative economics)에서 어떤 쟁점에 대해서 가치를 반영한 정책의 기대효과를 제시하는 순간에 바로 정치화가 등장한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제 한국사회에서도 모든 사안을 당파적 입장에서 공격하고 있으며 정책적 근거와 반박을 제시하는 행위조차도 정치적 행위로 해석하여 국민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사법적 판단에 의존하는 것만 남았다.
국민은 정치권이 모든 쟁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바라지는 않지만 날로 심각해지는 민생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들이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최근에 불거진 여러 의혹과 쟁점에 대해서 진실을 규명하여 정의를 실현함으로써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허위와 조작을 밝히려는 심판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정치권이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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