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2(목)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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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법인 전라기독학원의 신임 이사장으로서 취임 소감과 포부는.
-지난 2014년부터 광주보건대 학교법인 전라기독학원 이사로 활동해왔다. 직전 이사장인 정남교 목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게 돼 지난달 6일 이사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학교법인 전라기독학원 이사장으로 정부 초대 학장, 김양혁 총장, 정명진 총장 그리고 현재 김경태 총장이 만들고 지켜온 광주보건대의 위대한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장동진 초대 이사장을 비롯해 김용일·정남교 이사장이 본보기로 보여준 ‘섬기는 리더십’을 본받으려 한다. 학생, 교직원 등 모든 구성원을 성실히 섬기며 대학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은.
-부친이 수의과대학 교수여서 어릴 적부터 대학에 인접해 있었다. 젊은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성장시키는 일은 매우 보람 있고 즐거운 일이다. 외과전문의 자격과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일했다. 당시 의대 학생들이 선정한 ‘강의 잘하는 베스트 교수’로 뽑히기도 했다. 이후 서남대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 교수직을 사임하고 2000년 금호동에 서광병원을 개원했다. 20여년 넘게 지역사회 보건 증진과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주보건대가 초광역 연합으로 ‘글로컬대학’에 선정됐다. 향후 구상은.
-‘지방 대학들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지방은 저출산, 고령화, 학령인구 감소, 청년 수도권 유출 등 수많은 위기 속에 있다. 광주보건대는 생존 방안을 찾기 위해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에 도전해 지난해 8월 최종 선정됐다. 폐교 위기를 넘어 대한민국 최고, 세계 최고 수준의 간호보건복지 전문대학으로 도약하는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글로컬대학30은 지방 대학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새로운 교육 혁신 모델을 위해 광주보건대는 대구보건대, 대전보건대와 손을 잡고 보건의료산업을 선도하는 초광역 협력 체제를 구축하며 새로운 전문대학 모델을 제시하려고 하고 있다.
3개 대학은 ‘보건의료계열 전문대학 간 단일 사단법인 설립을 기반으로 초광역 연합을 구성하고, 기술별 특화 캠퍼스를 조성하는 것’을 사업의 혁신 방향으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한달빛 글로컬보건연합대학’(광주보건대-대구보건대-대전보건대)을 설립하고 산업 수요에 맞춘 혁신적 학사제도, 보건의료 마이스터 평생직업교육, 지역 보건의료 산업과 연결한 특화센터 구축, 아시아 보건의료 인재 양성 등 글로벌 교류를 확대하는 구체적인 실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3개 지자체(광주-대구-대전)와 협의체도 구성했다.
이 프로젝트는 3개 대학이 단일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광주·대구·대전 캠퍼스 간 협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최상의 교육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자율전공제, 소단위전공제, 복수 부전공제 등을 통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으며 캠퍼스 내, 캠퍼스 간 전과 제도와 무전공 입학 제도를 통해 보건의료 분야 전공 진입 문턱을 낮췄다.
보건의료계열 전문 인재 양성에 있어 새로운 모델이다. 앞으로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해 지역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도록 지원하겠다.
▲서광병원을 운영하면서 각종 사회활동을 해왔다. 가장 기억나는 일은.
-먼저 해외봉사는 네팔진료소가 가장 인상이 깊다. 환갑을 네팔진료소에서 보냈다. 슈바이처, 마더테레사, 이태석 신부 등 일평생을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이들도 있는데, 저도 조금은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고 싶었다.
네팔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산 입구에 위치한 네팔 광주진료소에서 외과자문의사로 네팔 의사를 지도하고, 간단한 수술을 하며 40일 동안 생활했다. 네팔은 의사가 부족하고 특히 외과의사는 더욱 귀하다. 지역 주민에게 외과의사로서 도움을 주고 일상생활에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귀한 경험을 했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가까운 휴양도시인 포카라를 관광하기도 하고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등 휴식과 재충전도 했다. 매우 유익한 경험이었다.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단골 노인 환자 아들에게 작은 도움을 준 것도 기억에 남는다. 이 노인은 형편이 어려워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병원비를 종종 지불했었다. 심지어 의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그의 아들이 1년을 휴학한 후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 등록금을 내고 1년 대학을 다닌 뒤 또 휴학한다는 사연을 접했다. 사정이 딱해 마지막 두 학기 등록금이 든 봉투를 건넸다.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하게 됐다며 기뻐하던 그가 대학 졸업 후 일산병원 코로나19 비상대책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작은 도움이 큰 결실로 나타난 것 같아 눈가가 붉어졌었다.
소박한 나눔이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 피난처가 되고 강을 건너는 다리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의료인으로서 지역사회와 연계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나 또한 그렇다’라는 말이 있다. 노인 의료에 관심이 많다. 노인 의료에 관심을 두고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서광병원 개원 후 과로 때문에 생긴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건강 100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자신을 위한 ‘건강 100세’가 이웃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건강한 마을’로 확장된 것이다.
노인을 위한 의료가 매우 부족한 것을 보고 2015년 요양병원을 세웠고, 다양한 요양원과 복지관에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여러 요양원의 촉탁의사로, 광주 남구와 서구의 노인복지관 대표로 영역을 넓히게 됐다. 지난해부터는 광주 서구와 협력해 통합돌봄 방문진료 시범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병원 방문이 어려운 노인 환자의 집을 찾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아픈 노인이 병원이나 요양원에 가는 대신 ‘집에서 늙기(Aging in Place)’가 목표다.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돌봄 복지와 방문 진료를 포함하는 의료가 같이 갈 때 실현 가능하다. 초고령사회 노인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이다.
▲윤한덕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기념사업회에 대한 소개와 그동안의 성과는.
-응급의료를 위해 밤을 새우며 고민하다 2019년 2월4일 홀로 순직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그는 발병 전 12주간 휴일도 없이 응급센터 주·야간 근무를 계속했다. 설 연휴 응급환자 이송 및 치료 특별 대책을 세우고 정부와 국회 그리고 의료계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느라 정신적 긴장이 가중됐으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6년간 윤한덕 센터장의 이 같은 노고를 알리는 과정은 행복한 여정이었다. 광주·전남뿐 아니라 서울에서 해남 그리고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서 남녀노소가 참여해 유가족 돕기 성금 모금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정부는 고인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했으며 순직을 인정하고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
2023년 1월 뜻이 있는 훌륭한 분들이 이사로 참여하고 ‘윤한덕 기념사업회’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윤한덕 센터장의 지인인 허탁 교수가 이사장으로 기념사업회의 전반을 담당하고, 조용수 교수가 총무로 실무를, 제가 회장을 맡았다.
윤한덕 기념사업회는 대한민국 응급의료 발전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 윤한덕 센터장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다양한 시각으로 그를 재평가해 기념사업 방향을 설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공의료에 공헌한 이에게 시상하는 ‘윤한덕상’은 2021년 5월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2회 수상자는 최초 한국형 구급차 개발 공적과 북한 결핵 퇴치에 노력한 공로를 인정해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3회 수상자는 ‘병원 간 중환자 이송’ 시스템을 마련하고 고속도로 뒷좌석 안전벨트 의무화 조치 법제화에 이바지한 노영선 서울대 교수를 각각 선정했다.
윤한덕상 4회 수상자는 김윤하 전남의대 산부인과 교수다. 산부인과 영역에서 분만은 운명적으로 응급수술이 많고 법적 분쟁이 흔히 발생해 의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분야다. 김 교수는 1995년 교수로 임용된 이후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치료를 위한 학문적 발전에 노력해왔다.
윤한덕 기념사업회는 ‘의사 윤한덕’의 정신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기 위한 세미나를 학술대회 형식으로 열 준비를 하고 있다. 고인의 고귀한 정신과 숭고한 희생을 널리 알리고 본받을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향후 계획은.
-전임 이사장인 정남교 목사가 후임으로 저를 지지하면서 말했다. “첫째는 대학의 역사와 전통을 이해하고 조용히 협조하면서, 둘째는 대학 재정에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이 말을 반드시 명심하고 실천하겠다.
최근 광주보건대는 ‘글로컬(Glocal) 대학’으로 지정돼 국제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준비가 됐다. 미래 지향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보건의료 분야의 인재 양성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간호보건복지 전문교육기관으로 성장할 것이다.
대학의 비전과 교육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학생들의 성장과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혁신적인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학교법인 전라기독학원의 이사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광주보건대학교가 보건의료 교육의 선두 기관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다이 기자
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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