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유학생들과 결혼 이민자들이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광주 상무지구에 자리한 베트남 파인다이닝 ‘브우디엔’은 손님들의 한 끼, 그 이상을 해결해주는 곳이다. 베트남 문화와 언어에 능통한 김명수(47·사진) 대표는 베트남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들 얘기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20대 초반 아버지를 따라 베트남으로 떠난 김 대표는 호치민대학교를 졸업하고 영화PD로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현지인들과 자주 교류하며 베트남 문화를 깊이 이해하게 됐다.

베트남에서 가정을 꾸린 김 대표는 자녀 출산을 계기로 10년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서울에서 9년간 사업을 하면서도 항상 고향 광주에 대한 그리움이 컸던 그는 2023년 10월 광주에 베트남 정통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을 개업했다.

개업 초기에는 한국인 직원이 주를 이뤘지만 점차 베트남 유학생들이 주축이 됐고 현재는 전 직원이 베트남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손님과 소통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현지인 직원들이 있어 베트남에 온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지고 있다.

그는 24일 “베트남 유학생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주로 고깃집으로 한정되는데,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오해가 생기고 그로 인해 일을 빨리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가게에서는 소통과 피드백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훨씬 수월하게 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레스토랑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브우디엔은 베트남 유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게 됐고 고향의 음식을 즐기며 김 대표를 만나고자 하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김 대표는 베트남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소통’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건네는 조언과 해결책은 유학생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

유학생들이 학업과 생계를 병행하며 겪는 어려움, 불합리한 대우, 법적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해결이 어려운 부분은 다른 사람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

특히 불법 체류로 이어지는 사례를 줄이고 노동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세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베트남에서는 세금에 대한 개념이 약해 한국에서 세금을 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세금을 내야만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다.

한 베트남 유학생이 교통사고로 장애 판정을 받을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고 재활 치료 과정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었는데 김 대표의 도움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는 “그 유학생이 베트남으로 돌아가는 공항에서 보낸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고 여러 감정을 느꼈다”며 “한국에 온 베트남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보다 좋은 인식과 기억을 갖고 돌아가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소모임과 커뮤니티 활성화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다양한 커뮤니티와 소모임이 존재하지만 문제에 부딪혔을 때 체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베트남 유학생들과 결혼 이민자들이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손이 닿는 데까지 도울 것”이라며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쌓아가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낀다”고 환하게 웃었다.

/정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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