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서 계수초등학교 교사

선한 영향력, 요즘처럼 이 말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 적이 있을까? 최근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한 말이 화제가 되면서 함께 주목을 받는 사람이 있다. 바로 ‘어른 김장하’이다. 문형배 재판관은 학창시절 자신에게 도움을 준 김장하 선생을 언급하며 자신이 선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자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준 것이다. 나에게 갚을 필요는 없다. 갚으려거든, 이 사회에 갚아라.”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어쩌면 이 말보다 교육을 더 정확하고 아름답게 설명한 말은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문형배 재판관은 힘들었던 자신에게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어 준 김장하 선생 덕분에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고, 자신이 받은 것을 사회에 환원하며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가슴에 새기며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생과의 일화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의 말씀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교육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요즘의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교육 철학의 핵심을 묻는 물음이다. 우리는 종종 빠른 변화와 기술의 발전, 그에 뒤처지지 않으려 수치와 경쟁에 집중하면서도, 정작 교육이 길러야 할 ‘사람’에 대해서는 점점 등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교육은 언제나 사람을 키우는 일이어야 한다. 아이들이 배운 것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공감하며, 더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을 길러내는 일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이다. 김장하 선생이 한 소년에게 내민 손길이 다시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우는 결과로 돌아오듯이 한 사람을 위한 교육이, 결국 사회 전체를 위한 교육으로 확장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교육의 존재 이유이자 가치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은 아이들을 믿고 기다리고 있을까? 교육의 본질은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이 꽃필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모든 아이는 저마다 다른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교육은 그 차이를 인정하고, 아이가 자기만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리는 과정이다. 정답을 잘 찾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스스로 묻고 답을 찾게 하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성과를 내라고 부담 주지 않고, 성공을 최상으로 여기지 않으며, 감사와 나눔을 함께하는 교육, 지식을 넘어 인격을 세우고, 실력을 넘어 품격을 기르는 교육이어야 한다.

오늘날 교육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제도를 도입하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AI, 디지털 교과서, 맞춤형 진단평가 등 혁신적 도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교육은 사람의 일이며, 사람을 위한 일이다. 우리가 진심으로 가르쳐야 할 것은 정답보다 질문하는 용기, 경쟁보다 협력의 가치, 성공보다 올곧은 삶의 태도다. 이것이 교육이 사람을 키우는 이유이며, 교육을 받은 사람이 다시 세상을 키울 수 있는 길이다.

사람을 키우는 교육은 시간이 걸린다. 즉각적인 성과로 환산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그 사람은 자란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며,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어른이 된다.

김장하 선생은 자신에게 장학금을 받았던 한 시민이 자신을 찾아와 장학금을 받고도 대단한 사람이 되지 못해 죄송해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는 죄송해하지 말라며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이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생의 말 속에 평범한 사람은 뉴스에 나오거나 특별히 박수받는 삶을 살지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다. 특별하지 않아도 좋다.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 성실하게, 따뜻하게, 누군가를 위해 조금이라도 이바지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이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렇기에 교육은 구조나 시스템으로 보기 이전에 아이들의 가능성을 발견해 주고 서로 믿으며 성장하도록 묵묵히 기다리고 지켜봐 줘야 한다. 그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결국 또 다른 아이를 돕고, 또 다른 세대를 일으키는 선순환의 교육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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