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순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유리창 가득
깨알 같은 글씨 적어 놓고

더듬거리는 민희의
책 읽기처럼
목소리 가는 명희의
책 읽기처럼

속살거리며
책을 읽는다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자만 아는 소리로
또로록…
똑·
똑똑··
(동시집 ‘느림보가 된 벽시계’, 아동문예, 2019)

[시의 눈]

계관시인 워즈워드는 시 무지개에서 노래했다.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가슴 뛰노나니 나 어려서 그러하였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며 나 노년이 되어서도 그러하리라. 만일 그러지 아니하다면 지금이라도 내 목숨 거두어 가소서.’ 이 싯귀는 일생을 동심으로 살아가겠다는 경건한 다짐이다. 그는 덧붙인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동심에게서 배울 점은 많고 많다. 맑고 순수함을. 가슴속에 감춰두는 게 없고 단순하고 정직함을. 새로운 세계에 호기심이 많아 늘 꿈틀거림을. 사람과 사물들을 향해 깊이 감동의 시선을 보내기를 마다하지 않음을. 그들의 엉뚱 발랄함은 또 얼마나 재미를 유발하는가. 기초인간학을 표방하는 아동문학은 아동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심을 회복하려는 모든 포괄적 동심주의를 대상으로 한다. 한글이 창제된 지 올해로 오백 여든 두 돌. ‘비 오는 날 국어 시간’은 한글을 전경화하고 있다. 빗소리와 함께 독창적이고 활용도와 완성도 높은 한글이 유리창에 빽빽하다. 한글 기호를 동심의 빗방울이 읽어낸다. 자연과 동심의 어우러짐이 낳은 역동적 사유의 공간. 더듬더듬 속도는 느리지만 그의 독자적 해석이 유쾌하고 가상하다. <윤삼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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