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의 기자회견에서 일본인 강제동원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씨가 발언하고 있다.<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에 의해 남태평양 마셜제도 밀리환초(Mili Atoll·산호섬이 띠 모양으로 연결된 곳)로 강제동원된 조선인 640명 중 635명이 전남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밀리환초 외 마셜제도 콰잘레인·루오트 환초, 괌 등지에 강제동원됐던 조선인 명부도 추가로 공개됐다.

15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지난 13일 광주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일본 강제동원 실태를 오랜 기간 추적해온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씨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새롭게 발굴한 밀리환초 강제동원 피해자 명부를 공개했다.

밀리환초 강제동원 사건은 1945년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군사시설 건설을 위해 조선인 수백명을 군속으로 강제동원한 뒤 중노동을 시키고 인육을 먹인 데 대해 조선인들이 저항했다가 집단으로 학살 당한 사건이다.

앞서 다케우치씨는 지난해 6월 밀리환초로 강제동원됐다 숨진 조선인 218명 중 214명이 전남지역 거주자였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추가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밀리환초에 강제동원된 조선인은 총 640명이며, 이 중 99%에 해당하는 635명이 전남 출신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담양, 나주, 장흥, 순천, 해남, 무안 등 전남 각지에서 착출됐다. 다만, 세부 집계 및 분류는 아직이라 시민모임은 분석 후 이를 공개할 방침이다.

또한 이름, 주소, 연락처, 동원 시기, 사망일, 동원 당시 승선한 선박 이름, 미지급 임금 등 세부 정보들도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다케우치씨는 밀리환초 외에 마셜제도 콰잘레인·루오트 환초, 괌 등지에 강제로 동원됐던 조선인 명부도 추가로 밝혔다.

마셜제도 콰잘레인·루오트 환초 등지에 강제동원된 피해자는 677명으로 이들 중 다수가 전남, 경기, 경상도에서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괌 지역에 강제동원됐다 숨진 조선인 96명 중 75명 또한 전남 출신으로 확인됐으나 구체적인 지역은 명시되지 않았다.

다케우치 야스토씨는 “자료 상당수가 일본 내에서 여전히 은폐돼 있다”며 “일본 정부는 유족,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식민주의 극복을 위해 진상규명, 유골 반환, 정신 계승이라는 과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광복 80주년이 다가오지만 강제동원 진상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일본은 진상 규명, 유골 반환 등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양군도 강제동원 희생자인 서조왕금씨의 아들 서태석씨는 “머나먼 외국 땅에서 고통받다 목숨을 잃은 아버지를 생각하면 원통하다”며 “나라가 힘이 없어 끌려간 것도 억울한데, 일본은 지금이라도 진심 어린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장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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