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수 광주 동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

전기화재는 늘 익숙한 자리에서, 우리가 방심한 틈을 파고든다. 올해 들어 아파트, 개인형 이동수단, 심지어 대형 병원까지 화재가 이어지며 우리 생활 깊숙이 위험을 드러냈다.

화재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고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공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6-7월 부산에서는 아파트 화재가 잇따라 발생해 안타까운 희생을 불러왔다. 부산 진구 개금동에서는 깊은 밤 거실에서 불이 시작돼 자매 두 명이 목숨을 잃었고, 불과 일주일 뒤 기장군 아파트에서도 또 다른 자매가 비슷한 상황에서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두 사건 모두 멀티탭 과부하가 발화 원인으로 지목됐다. 편히 쉬어야 할 가정에서 멀티탭의 작은 불씨가 한순간에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이달 17일에는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비극이 발생했다. 모자가 숨진 이 화재는 방 안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킥보드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형 이동수단은 이미 우리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지만, 그 배터리 속에 숨어 있는 위험성은 여전히 간과되기 쉽다.

대형병원이라고 해서 전기화재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지난 7월 조선대학교병원에서는 전기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해 환자와 의료진들이 긴급 대피하는 일이 있었다.

아파트, 개인형 이동수단, 병원까지 전기화재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반복되고 있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NFDS)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7월까지 멀티탭 화재 1천504건, 콘센트 화재 2천468건이 발생했다. 하루 평균 두 건 가까운 전기설비 화재가 이어진 셈이다.

또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678건 중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화재가 485건으로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

전기화재는 대부분 작은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멀티탭 용량을 초과해 사용하거나, 변색·탄 흔적이 있는 제품을 계속 쓰는 행동이 대표적인 위험 요소다.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배터리 또한 예외가 아니다. 값싼 비인증 충전기를 사용하거나, 충전 중 발생하는 발열과 이상 징후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순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예방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멀티탭은 3-5년 이상 사용했다면 교체하고, 변색·탄 흔적이 있으면 즉시 폐기해야 한다. 가구 뒤나 장판 밑 같은 밀폐된 곳에 두지 않고 KC 인증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필수다.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는 정품 충전기를 사용하고 완충 후 방치하지 않으며 특히 심야 시간 충전은 피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멀티탭 안전기준 강화, 노후 아파트 전수조사, 배터리 관리 대책 등 제도적 보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정착하기 전 가장 확실한 안전망은 우리의 생활 속 점검이다. 오늘 집 안의 콘센트와 충전기를 확인하는 짧은 행동이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수많은 희생이 남긴 무거운 교훈을 우리는 반드시 명심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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