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Object 024’

“사물은 말이 없지만, 그 표면엔 지나간 시간이 머물러 있다.”

황정후 작가의 개인전 ‘Life·Still·Object: 조용한 사물들’이 오는 31일까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정지된 사물을 통해 존재의 경계와 시간의 흔적을 시적으로 탐색한다.

정물(Still Life)은 전통적으로 살아 있지 않은 대상을 다루지만, 황정후의 시선은 그 안에 남겨진 ‘삶의 잔재’를 포착한다.

봉인된 조각, 이름 없는 과일, 사용이 멈춘 도구 등 기능을 잃었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오브제들은 멈춘 시간 속에서도 말 없는 대화를 시작한다.

작가는 Life(삶), Still(정지), Object(사물) 세 단어를 축으로 삼아 그 사이 미묘한 어긋남과 긴장을 조형적으로 엮어낸다.

황정후 작가는 “오래된 것, 잊혀진 것, 의미를 잃은 채 정돈된 것들은 고요하고 차갑지만 이상하게도 불편하지 않다”며 “멈춰진 존재들 사이에서 무수히 펼쳐지는 침묵의 대화를 듣는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이 끝난 후에도 사물은 여전히 존재하며 오히려 더 깊고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며 ‘끝’이라는 개념을 다시 묻는다.

이번 전시에는 일상의 소재를 변주해 제작한 신작 30여 점이 소개된다. 관객은 봉인된 표면 아래 잠재된 온기와 기척을 마주하며, 결국 자신의 시간성과 존재를 다시 성찰하게 된다.

한편 황정후 작가는 프랑스 쌩떼띠엔느 국립미술학교(D.N.A.P & D.N.S.E.P)를 졸업했으며, 광주시립미술관 북경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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