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양 품자주자 시민들 공동대표 /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대동(大同)’은 ‘큰 세력이 하나로 합침’, ‘천하가 번영하여 하나가 됨’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이는 공자의 이상이기도 하다. 공자의 대동사상은 <예기> 예운편에 나온다. ‘대도(大道)가 행해지면 천하에 공의(公義)가 구현된다. 현명한 자를 지도자로 뽑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 관직을 수여하며 신의와 화목을 가르치게 되면 사람들은 자기 어버이만을 어버이로 여기는 것이 아니고, 단지 자기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는 것도 아니다. 나이 든 사람들이 그 삶을 편안히 마치고, 젊은이들은 쓰이는 바가 있으며, 어린이들은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고, 홀아비·과부·고아, 자식 없는 노인, 병든 자들이 모두 부양되며, 남자는 모두 일정한 직분이 있고, 여자는 모두 시집갈 곳이 있도록 한다. 땅바닥에 떨어진 남의 재물을 반드시 자기가 가지려고 하지는 않는다.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들은 자기가 하려 하지만, 반드시 자기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간사한 모의가 끊어져 일어나지 않고 도둑이나 폭력배들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문을 열어놓고 닫지 않는다. 이러한 세상을 대동의 세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동 사회’란 신분 차별이 없으며, 재화가 공평하게 분배되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상호 신뢰로 서로 사랑을 나누고 누리며, 더불어 평등한 열린 세상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광주푸른꿈창작학교가 지향하는 ’더불어 빛나는 행복한 공동체’도 바로 이 대동 세상의 가치에 토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점점 더 ‘혼자 빛나는 불행한 개인’을 향해 치닫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경쟁교육을 통해 이른바 명문대나 의치약대 진학을 치열하게 다투어 소수의 빛나는 승자를 가리고 있다. 이를 위해 학부모나 학생 심지어 교사까지 합세하여 시험지를 훔치는 등 나락에 빠지는 불행을 목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책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에서 ‘3불 사회’라 이름한다. 이른바 ‘불안, 불만, 불신’이 그것이다. 저임금으로 혹사당하는 비정규직 청년들의 고용 불안, 실업 중인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 부모와 자녀를 부양하느라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베이비붐 세대들의 노후 경제적 불안과 역할 부재의 불안이 일불(一不)이다. 또 풍요한 소비 경제의 시대에 뒤진 채 경제적 지위 향상을 기대할 수 없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불만이 이불(二不)이다. 나아가 이 불안과 불만을 해결할 능력이나 가능성이 스스로에게도 없고 주변 이웃에게도 없으며 특정 조직이나 기관, 정부에게도 해결의 의지나 능력이 없음에 대한 불신이 삼불(三不)이다. 이 불안과 불만과 불신이 결국 각자도생과 극단의 이기주의를 향해 치닫게 하고 있다. 이것이 대동 사회의 이상을 저해하는 3적인 셈이다. 이재열 교수는 이를 두고 ‘풍요의 역설’ ‘민주화의 역설’이라고 분석한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이르는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자살률 세계 최고, 행복지수는 최저 수준 그리고 대통령 직선의 민주화를 이룬 지 30년 넘고 ‘촛불 혁명’까지 했다는데 정치 수준은 최하, 최악임을 지적하는 용어이다. 이로 인해 극도의 분열, 혐오, 배제를 불러오는 억약부강(抑弱扶强) 즉 약자를 누르고 강자를 도와 소외, 차별을 부추기고 심화 강화하여 결국 공동체의 안녕과 평화 공존을 해체 파괴하고 있다.

마침 새로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이재명 대통령의 소망은 한마디로 ‘대동세상(大同世上)’이다. 이는 국민의 열망을 수렴하여 제시한 국가경영의 가치라 할 수 있다. 이 대동세상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억강부약(抑强扶弱) 즉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돕는 정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이는 공자의 예기에 이미 구체적으로 예시돼 있다.

먼저 현명한 지도자와 실력 있는 공직자를 뽑아야 한다. 지연, 학연, 혈연 등 연고주의를 넘어 공정하고 공평한 공직자들이 신분을 차별하지 않고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재화의 공평한 분배를 통해 사회적 정의와 형평성에 대해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거기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섬세하게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더불어 사람들 간에, 기구와 조직 간에 상호 신뢰와 사랑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더불어 평등한 세상임을 만인이 골고루 느끼게 돼야 한다.

세상 도처에 만연한 각자도생,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는 구명도생(苟命圖生)의 불안, 불만, 불신의 3적을 물리치고 억강부약을 통해 대동 세상을 이루는 대한민국, 각 지역, 마을 공동체가 되길 소망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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