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가혹한 현실을 기록하면서도, 동시에 노동이 인간을 지탱하는 푸른 산소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책이 발간됐다.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박철영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노동은 푸른 산소다’(실천문학刊)이다.

그는 30여 년간 포스코 제철소에서 근무하며 땀 흘린 뒤 정년을 마쳤지만, 지금도 여수 율촌공단에서 발판공·비계공·용접공들과 함께 일하는 현장 노동자다. 이번 시집에는 이러한 삶 속에서 길어 올린 48편의 노동시가 실렸다.

이번 시집은 노동 현장의 불평등과 차별을 드러내면서도 노동의 긍정성을 노래한다. ‘노동의 새벽’을 연상케 할 만큼 현장성이 뚜렷한 작품들로 발판공과 용접공의 고단한 삶을 영상처럼 그려낸다. 시인은 기교를 최소화하고 담담한 어휘로 노동 현장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특히 작품 ‘안드레이 김’은 재외동포 3세 출신 이주노동자의 삶을 다룬다.

산업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이미 우리 사회의 동반자가 됐음을 보여주며, 식민지 시대 떠돌아야 했던 한민족의 아픔과 오늘날 노동 현장의 차별적 현실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는 한국 노동시가 이주와 공존의 문제까지 포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표제작 ‘노동은 푸른 산소다’에서는 노동을 단순한 고통이 아닌 ‘영혼을 맑게 하는 푸른 몸짓’, ‘사라진 희망을 만드는 열정’,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로 형상화한다.

또 작품 ‘노동자론’에서는 농부였던 부모, 특히 ‘진정한 노동자로 살다 간 아버지’를 떠올린다. 시인은 자신을 ‘노동자의 성골(聖骨)’이라 칭하며 능청스러운 유머 속에 노동자의 긍지를 담았다.

박철영 시인은 “정말로 힘든 사람들은 온몸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이다. 하루하루를 시곗바늘처럼 살아내지만 힘들다고 말할 겨를조차 없다”며 “첫 시집을 낼 때 약속했던 노동자들의 삶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이제야 지켰다”고 밝혔다.

나종영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시인은 노동을 언제나 ‘푸른 산소의 시간’으로 새겨왔다”며 “구릿빛 팔뚝과 땀내 나는 작업복 속에서 더욱 깊어지는 시가 소중하다”고 말했다./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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