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뮤직ON페스티벌에 참가한 시민 양애라(왼쪽)씨와 배현찬씨.

매년 여름, 음악을 사랑하는 청년들은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인천이나 부산으로 떠난다. 대표적인 음악 축제인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나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광주 청년들은 페스티벌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왕복 교통비, 숙박비, 여기에 티켓 구입비까지 합산하면 어느덧 지출이 40만 원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광주에서도 피아니스트 리사이틀이나 오케스트라, 가수 콘서트는 꾸준히 열렸지만 여러 뮤지션이 한자리에 모여 관객과 어울리는 ‘페스티벌’은 드물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광주에도 음악 페스티벌 열풍이 불고 있다. 2016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광주사운드파크페스티벌’을 비롯해 올해로 3회를 맞은 ‘Let’s floppy’와 ‘광산뮤직ON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체리필터, 글렌체크, 10cm 등 국내 유명 밴드는 물론 글리코 등 해외 유명 뮤지션까지 광주 무대에 오르면서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황룡친수공원에서 광산뮤직ON페스티벌이 열렸다. 사진은 밴드 ‘글렌체크’의 공연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특히 광산뮤직ON페스티벌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하루 1천500매씩, 이틀간 3천매의 스탠딩 입장권은 예매 개시 당일 모두 동났고, 현장에서 배부된 1천장의 티켓도 빠르게 소진됐다.

지난 20일 공연이 열린 황룡친수공원은 시민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스탠딩 구역은 물론 바깥까지 인파가 몰렸고, 음악에 맞춰 뛰거나 몸을 흔드는 모습이 이어졌다. 손을 맞잡으며 원을 그리거나 어깨를 잡고 기차놀이를 하는 장면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무대 앞에서는 록 페스티벌 특유의 ‘슬램’도 펼쳐졌다. 관객들이 한데 모여 어깨를 부딪치며 달려드는 록 페스티벌 특유의 독특한 퍼포먼스는 낯선 사람들까지 하나로 묶어냈다.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5시간 동안 관객들은 지치지 않고 열기를 이어갔다.

현장을 찾은 청년들도 다양한 목소리를 전했다.

배현찬(29)씨는 “자유롭고 자신만의 개성을 잘 나타내는 록 음악이 청년들에게 많이 와닿는 것 같다”며 “라인업도 조금 더 다양해지고, 시간대도 세분화돼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양애라(28·여)씨는 “사운드가 뛰어놀기 좋고, 듣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면서 “광주 내 록 페스티벌이 홍보가 덜한 감이 있어 아쉽다. 더 잘 알려져 많은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고 록 음악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직장인 최은실(26·여)씨는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즐기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두려움이 줄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대학생 이성규(24)씨는 “숙박비와 교통비 부담 없이 쉽게 현장감을 접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라인업이 풍부해지면 티켓값이 오르더라도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일 거다. 다양한 아티스트를 광주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러한 열기는 단순히 관객으로 머무르지 않고 창작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조선대 약학대학 밴드 동아리 ‘오르페’에서 활동 중인 윤지은(22·여)씨는 “중학교 때부터 록과 기타를 접하면서 꾸준히 좋아해왔고, 밴드 동아리가 있다는 걸 알고 가입했다”며 “혼자 연습만 하던 때와 달리 함께 연주하며 하나 되는 순간을 느끼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까지 ‘광주사운드파크페스티벌’을 담당했던 임홍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융합팀 차석은 “밴드만이 줄 수 있는 현장감이 분명히 있다. 하나의 유행에 발맞춰 광주 내 청년들도 록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며 “광주 내 음악 페스티벌이 더 성장하려면 지자체와 시민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광주 음악 페스티벌은 아직은 수도권 대형 페스티벌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여러 뮤지션이 참여하며 점점 성장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의 열정과 지역사회의 관심이 더해진다면, 광주의 음악 축제는 더 큰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윤주·제진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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