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치유예술가

언제부턴가 예술의 거리에 빈 가게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임대’라는 글씨가 문에 붙여져 있곤 했다. 초록잎이 사라진 고목처럼! 그런데 올해 더운 여름 어느 날이었다. 그런 빈 가게에 어떤 행위의 흔적들이 아주 야생적인 느낌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오래된 마네킹이 설치 작품이 되고 간판을 대신해 예술가들이 점령한 흔적들이 낙서처럼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시민의 눈에는 가게에서 장사는 하지 않고 이상한 사람들이 드나들며 노는 곳으로 보일 수 있는 그런 풍경이다. 나는 재밌는 변화를 감지했다. 궁동 예술의 거리는 그동안 죽은 예술의 거리라고 말할 만큼 생동감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고목에서 싹이 돋아나고 재크의 콩나무가 자라는 마법이 일어나고 있다. 이 흥미진진한 프로젝트를 기획한 사람이 누구인가? 궁금했다. 남궁윤 감독이다. ART STREET CACVAS NOMAD | THE MOVING MUSEUM 2025 아시아문화예술활성화거점프로그램 ‘궁동1987’ 예술프로젝트다.

예술의 거리에 있는 빈집과 전통찻집, 음식점, 카페들이 ‘노마드 캔버스-예술의 거리’ 움직이는 미술관이 될 수 있도록 아티스트들과 주인들 사이에서 매파처럼 소개하고 연결해 카페의 창문에 화가의 터치가 들어가고 익숙한 공간을 예술로 낯설게 하여 무의식을 건드리는 창조적 거점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움직인다. 시공간이!

실험음악가, 퍼포머, 영화감독, 여행자, 디제이, 현대무용가, 문화비평가 등 호기심이 많은 다양한 예술가들이 광주 예술의 거리에 나타나 비일상적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음악이 아닌 것 같은 음악, 그림이 아닌 것 같은 그림, 춤이 아닌 것 같은 춤을 추는 꾼들이 고정된 무대 밖에서 날개를 달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이 비일상적인 상황에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그 반응은 호기심 가득한 질문이다. “뭐하는 거지?” “재밌다.” 예술에 다양성과 새로운 질문을 일으키며 실험의 장이 되고 있는 예술의 거리 프로젝트가 광주의 권위적인 예술계와 생태계를 창조적으로 흔들고 있다.

눈, 코, 입, 귀, 혀, 손짓, 몸짓, 발짓, 표정, 붓질…. 퍼포먼스 예술은 온 감각을 동원해서 특정한 시공간을 창조하는 예술행위다. 예술가의 창작 과정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그 호흡을 따라가며 창작의 과정에 관객이 참여한다. 늘 변화의 주체로서 삶을 살아가는 행위예술가들….

광주 예술의 거리에서 얼굴없이 꼬깔을 뒤집어쓰고 굴뚝처럼 연기를 품어내며 걸어가고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존재의 움직임을 따라 그의 손짓과 발짓을 따라 해보시라! 그러면 한 예술가(임택준)의 창작 과정을 느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필자는 10월1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드로잉퍼포먼스로 전시를 하는 두 명의 아티스트를 보러 예술의 거리 은암미술관에 갔다. 아티스트 임택준, 신도원의 드로잉 퍼포먼스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회화적이고 거침없는 붓질의 천진하고 컬러풀한 기호로 이루어진 신도원 작가의 수많은 드로잉이 빨래처럼 걸려있고 마치 디제이 파티장에 초대받은 느낌으로 설치된 드로잉 작품들과 영상작품들이 깜빡이는 천재들의 작업실로 변신한 은암미술관. 임택준, 신도원 두 예술가는 행위예술로 신들린듯 즉흥 드로잉을 시작했다. 종이와 캔버스는 물론 임택준 작가는 콧수염을 붙인 흰 마스크를 하고 흰 옷에 손가락마다 다른 색의 마카펜을 묶어서 흰 셔츠를 도화지 삼아 자신의 몸에 무의식적인 행위를 반복하며 낙서를 했다.

“아! 살아있구나!” 심장의 박동 소리로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퍼포먼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흥에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마지막에 관객에게 그곳에서 그려진 그림들을 선물하며 이 아름다운 장면이 끝났다. 한 편의 영화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한 영감적인 전시였다. 예술의 거리가 다시 심장이 뛰고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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