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3(화) 13:39
|
라마다플라자 충장호텔 외벽에 대형 벽화 작업을 진행 중인 최울가 작가는 11일 오후 광주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에 담은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파리 유학과 뉴욕 활동을 거치며 국제적인 감각을 쌓아온 작가로, 즐거움과 생명력을 나누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양한 기호와 상징적 존재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하며, 비언어적 이미지로 감정과 원초적 의식을 표현해왔다.
이번 벽화 역시 유쾌하지만 단순하지 않다. 작가는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직접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은유와 상징을 통해 그날의 의미를 시각화했다.
“전체 그림의 85%가 오월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고통과 희생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신, 그날 이후의 연대와 생명력을 담아내려 했죠.”
벽면에는 장난감을 연상시키는 형상들이 등장한다. 총, 탱크, 인형 같은 오브제들이 회화적으로 풀어져 있지만 그 안에는 폭력과 저항, 그리고 일상의 회복이 함께 배어 있다. 작품 전면에는 ‘총은 장난감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적힐 예정이다.
벽화는 가로 38m, 세로 54m 규모로, 작가가 지금까지 선보인 작품 중 가장 크다. 2021년 더존을지타워 로비에 설치한 ‘비틀 시리즈’(높이 7m)보다 훨씬 방대한 규모로, 천변을 오가는 시민과 관광객 누구나 쉽게 감상할 수 있다.
“솔직히 처음엔 두려웠어요. 이렇게 큰 벽은 처음이었거든요. 작은 화면에 집중하던 회화와는 달리 벽화는 공간 전체의 흐름을 읽어야 했어요. 구성과 배치, 균형감이 중요했죠.”
그는 “작업을 이어가며 점점 책임감과 사명감이 함께 생겼다”며 “단순한 벽화에 머물지 않고, 도심 속에서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예술의 장, 도시의 새로운 얼굴로 남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지만, 아버지의 고향이 전남 보성 벌교다. 남도의 정서를 가까이에서 들으며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광주의 오월 이야기를 접했고, 이번 작업이 남다르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어릴 적부터 광주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어요. 그게 지금까지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업은 제 안에 오래 자리한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의 대표작 ‘Toy’ 시리즈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어진다. 인생을 하나의 놀이로 바라보되, 그 속의 진지함과 생명력에 주목하는 작업이다.
도시의 기억과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기록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만큼 작가는 이번 작업에 특정한 명제나 해석의 틀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난감 같은 이미지 속에도 생명의 에너지가 흐르고, 그 속에서 인간의 본능과 정의감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어요. 어떤 명확한 해석보다는 시민들이 각자 느끼는 대로 바라봐주길 바랍니다. 그 자체로 예술의 완성이라고 생각해요.”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