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도 전남대학교 정책대학원 객원교수

지방정부의 모든 정책은 결국 ‘지역 주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오늘날 행정 혁신의 속도는 기술 변화보다 빠르게 요구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주변 기술이 아니라 지방정부 행정의 방향과 시민과의 소통 방식 자체를 혁신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기존 행정이 ‘사람 중심’으로 설계돼왔다면, AI 시대에는 ‘데이터 중심’ 설계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AI 정책의 큰 틀을 제시하고 있고, 지방정부는 현장에서 변화를 실행하는 실질적 주체가 돼야만 한다. AI 시대의 지방정부 경쟁력은 기술 자체가 아니다. 현장의 실행력, 변화에 대한 적응력, 그리고 시민의 신뢰를 얻는 역량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도 지방정부는 데이터 기반 행정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AI의 핵심은 데이터이며, 데이터의 효과적 활용을 위해 부서별로 흩어진 정보를 연계·표준화하고, 예측 행정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교통·복지·환경 등 각종 데이터를 통합하면 노인 이동권 보장, 미세먼지 대응 등 다양한 지역 현안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시스템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서 정책 결정의 문화 자체를 과학적·데이터 기반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는 AI 정책을 총괄하는 조직, 분야별 전문가(기술, 데이터, 윤리 등)가 함께 정책을 설계하는 융합형 조직이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다. 부서별로 흩어진 디지털 사업이 중복과 비효율로 이어지지 않도록,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공무원 개개인도 단순 집행자가 아니라, 데이터를 읽고 활용하는 문제해결형 전문가로 성장해야 한다.

AI를 행정에 적용할 때는 무엇보다 시민의 신뢰를 중시해야 한다. 복지대상 선정, 도시 안전 관리처럼 민주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분야에서는 기준과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시민·전문가·공무원이 함께 참여하는 AI 윤리·거버넌스 위원회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시민이 직접 문제를 제안하고, AI로 해결 방안을 실험하는 ‘시민 참여형 리빙랩(Living Lab)’도 지방정부 혁신 현장의 핵심적 방식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아울러 AI는 행정의 효율만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혁신 생태계에 큰 기회를 제공한다. 지방정부는 대학, 스타트업, 공공기관 등과 협력해 다양한 공공문제 해결형 AI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농촌·해안 도시 등 특성화 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지방정부가 보유한 공공 데이터를 지역 기업에 개방하고, 민·관이 함께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갈 때 AI는 균형 있는 지역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결국 AI 시대의 행정 혁신은 기술 도입 자체가 아니라, 시민이 변화를 체감하도록 행정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기술을 공정하게 사용하는 것에 달려 있다. 지방정부의 경쟁력은 기술보다 신뢰라는 점을 더욱 중요하게 인식해야 한다. 변화의 최전선에서 지방정부가 시민과 함께 AI 행정의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며 지역을 혁신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AI 지방정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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