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집 안의 LED 조명 아래서 책을 읽으며,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내비게이션을 켜는 일상적인 순간마다 사실은 ‘양자 역학’이 숨어 있다. 하지만 막상 양자 역학을 공부하려 들면, 수식과 낯선 개념 앞에서 쉽게 포기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양자 역학이 일상의 언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책이 발간됐다. 채은미 고려대 물리학과 부교수가 펴낸 ‘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북플레저刊)다. 저자는 스마트폰·LED 조명·내비게이션 등 일상적 기술 속에 숨어 있는 ‘양자 현상’을 짚어내며, 낯설기만 했던 과학을 친근한 교양의 영역으로 이끈다.

그는 “우리가 스마트폰의 작동 원리를 몰라도 자연스럽게 사용하듯, 양자 역학도 복잡한 수식보다 그 안의 현상과 기술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파동-입자 이중성, 전자의 드 브로이 파동,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 교과서에서 스쳐 지나갔던 개념들을 생활 속 사례와 비유로 풀어낸다. 난해한 수식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이해의 흐름을 끊지 않는 설명 방식을 택해 ‘읽으면서 바로 이해되는’ 양자의 세계를 지향한다. 독자가 양자 역학을 자연스럽게 체감하도록 돕는 구성이다.

특히 양자 컴퓨터 영역을 비중 있게 다루며, 급변하는 연구·산업 흐름도 쉽고 명확하게 정리한다. 쇼어 알고리즘이 암호 체계에 미칠 파장, 초전도·중성 원자·이온 트랩·광자 기반 등 주요 양자 컴퓨터 기술의 원리, 그리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과 기업이 뛰어드는 경쟁 구도 등을 폭넓게 소개한다. 양자 컴퓨터가 물류·의약·신소재·인공지능 분야에서 어떤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지, 그 미래의 방향성도 함께 제시한다.

이처럼 책은 양자 역학의 기원부터 오늘의 기술, 미래의 전망까지 한 권에 담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가장 친절한 양자 입문서로 자리매김한다. 과학이 교양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경험을 선사하며 다가오는 ‘양자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든든한 첫걸음을 제시한다.

한편 저자인 채은미 교수는 도쿄대학교 물리공학과 학·석사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교토대학교·도쿄대학교에서 연구와 강의를 이어온 국내 대표 양자 컴퓨팅 전문가다./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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