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타이거즈 좌완 불펜 이준영과 심재학 단장이 FA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좌완 불펜 이준영을 붙잡으며 내부 FA 단속에 첫 단추를 꿰었다. 스토브리그 초반 흔들렸던 전력 구상은 일단 한숨 돌렸고, 남은 세 명과의 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KIA 구단은 지난 22일 이준영과 계약 기간 3년에 계약금 3억원, 연봉 6억원, 인센티브 3억원 등 총액 12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2015년 2차 4라운드로 KIA에 입단한 이준영은 2016년 1군 무대에 데뷔한 뒤 8시즌 동안 통산 400경기에 출장해 277이닝 13승 8패 2세이브 67홀드 평균자책점(ERA) 4.84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시즌 연속 5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팀 마운드를 묵묵히 떠받쳤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4경기에 출전해 1홀드를 챙기며 팀 통산 12번째 우승에도 크게 기여했다. 올 시즌엔 57경기에서 3승 1패 7홀드, ERA 4.76으로 다소 내림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팀 내 좌완 불펜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좌완 자원이 귀한 리그 현실에서 그는 팀 불펜의 균형을 잡아주는 존재다.

이준영은 “첫 FA 계약인데 좋은 제안을 해준 구단에 감사하고, 무엇보다 나의 가치를 인정해 준 것 같아 뿌듯하다. 내년에도 챔피언스 필드 마운드에 서서 KIA 팬들의 응원을 다시 들을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이 나의 장점인 만큼 그 장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비시즌 동안 몸을 잘 만들겠다”며 “어느덧 데뷔 12년차가 되는데,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KIA 심재학 단장은 “이준영은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제 역할을 꾸준히 해온 선수이고, 묵묵히 제 역할을 다 하며 팀 내 어린 투수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이준영이 다음 시즌에도 팀에서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제 KIA의 남은 내부 FA는 모두 3명이다. 당초 KIA는 총 6명의 내부 FA에 대해 ‘전원 잔류’를 방침으로 정했다. 팀의 상징이자 베테랑인 최형우와 양현종, 주전 유격수 박찬호, 필승조의 축 조상우, 좌완 이준영, 백업 포수 한승택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스토브리그 초반부터 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내야와 포수 각 1명이 전력에서 빠져나갔다. 먼저 수비의 핵심인 박찬호가 지난주 두산과 4년 총액 80억 원에 계약했다. 이에 따라 내년 시즌 그의 공백을 얼마나 잘 메우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베테랑 한승택마저 kt로 새 둥지를 트면서 구단의 마음은 급해졌다. 다행히 ‘팀 1호 계약’으로 이준영을 붙잡는 데 성공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다만 여전히 최형우, 양현종, 조상우와의 협상 마무리가 과제로 남아 있다. 모두 KIA의 핵심 전력인 만큼 내년 시즌 재도약을 위해선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 만약 이탈자가 더 생긴다면 구단의 전력 재편 밑그림은 크게 어긋날 수 있다.

이미 2차 드래프트로 마운드와 내야를 보강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약점을 메우는 수준에 그친다. 이번 주 예고된 박찬호 보상선수 선택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결국 내부 FA 협상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2026시즌 ‘전력의 뼈대’를 가르는 중요한 고리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