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실에서 있었던 호남발전특별위원회의 보고서가 단순한 ‘사업 리스트’ 나열에 그치지 않고 이를 뒷받침할 근본적인 재정 구조 개혁안을 제시, ‘돈 없는 지방자치’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3일 국회 등에 따르면 호남발전특위는 광주 26개, 전남 35개를 포함해 총 110개 호남 발전 과제를 정 대표에게 공식 전달했다.

전달된 호남 발전 과제는 ▲광주 AI영재고 설립 ▲미래모빌리티 인지부품 기능안전 시험 지원 ▲KTX 호남선 공정 운행(증편) ▲국립의대 신설 ▲여수 산단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클러스터 ▲광주-나주 광역철도와 광주 신산업선 등 지역민의 여망이 총망라됐다.

특히 특위는 비수도권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지방정부 재정강화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해 줄 것을 정 대표에게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내국세의 19.24%인 지방교부세율을 27%로 대폭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다.

이는 지난 20년간 동결됐던 비율을 깨는 것으로 실현될 경우 지방정부로 이전되는 재원이 수십조원 증가하게 된다.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세율을 22-24% 수준으로만 올려도 최대 16조원 이상의 추가 재원이 확보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27% 인상은 지방 재정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수준이다.

또 현재 국세(부가가치세)의 일부를 떼어 지방에 주는 지방소비세 배분 비율을 중앙 대 지방 7.5 대 2.5에서 5.5 대 4.5로 조정해 지방정부가 징수된 세금의 절반 가까이를 직접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의 전면 수술도 건의됐다. 경제성(B/C) 분석 위주의 현행 예비타당성조사는 인구가 적은 호남 지역 대형 사업의 무덤이 돼왔다. 이에 특위는 2개의 획기적인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첫째, 기준 금액 상향이다. 예타 대상 기준 금액을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에서 1천500억원(국비 900억원)으로 3배 상향 조정해 중소 규모 사업들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비수도권 및 인구 소멸 지역에 대한 예타 면제다. 국가 균형 발전이 시급한 비수도권 지역이나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의 사업에 대해서는 아예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국가재정법 개정 등)를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경제 논리가 아닌 ‘생존 논리’로 지역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는 호소다.

이날 정청래 대표는 “호남의 숭고한 희생에 ‘표나게’ 실천으로 보답하겠다”며 “이번에 건의된 과제들이 정부 예산과 정책에 반영되도록 챙기겠다”고 화답했다.

당 지도부 내에서는 최근 기후에너지부 호남 유치가 무산되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호남 홀대론’이나 ‘공약 파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이번 예산 국회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등 지도부는 이를 “지지층 결집을 위한 매표용 현금 살포이자 재정 폭주”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지방교부세율 27% 인상안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의 재정 건전성 우려와 맞물려 “국가 재정을 파탄 낼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이병훈 호남발전특위 수석상임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그동안 호남발전특위 광주위원회는 내부 회의 7회, 정책간담회 8회, 전문가 특강 15회, 시민 의견 수렴 행사 1회 등을 거쳤다”며 “이재명 정부 내에서 예산, 정책, 법안으로 반드시 구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가칭 ‘지방정부 재정강화법’의 성패는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활용해 관련 법안들을 얼마나 정교하게 통과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이재명 정부가 반대 여론을 설득하고 실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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