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3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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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주도 성장
강용
학사농장 대표

  • 입력날짜 : 2019. 04.02. 18:44
벌써 4월이다. 아직 꽃샘추위가 훼방을 놓기도 하지만 따스함은 어김없이 곧 우리들에게 찾아올 것이다. 미세먼지가 없어 운 좋은 지난 주말 모처럼 친구들과 산에 올랐다. 정상에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심신에 쌓인 스트레스가 빠져나가고 건강한 기운으로 채워지는 것 같은, 등산의 참맛은 바로 이 느낌 인 것 같다. 내려오는 중턱에서 노점 아주머니가 건네는 오이는 마치 난생 처음 맛본 것 같은 진한 향이 느껴진다.

17년째 매일 나와 노점을 하고 있다는 아주머니는 작년 봄부터 등산객이 너무 줄어 이제는 주말에만 나온다며, 사람들이 사는 것에 지쳐 집 앞산에 오는 것 마저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나름대로의 진단을 한다.

아주머니의 진단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소득 자료를 보면 서민들의 소득은 분명 더 낮아졌다. 한쪽에서는 일이억이 하루 술값인 버닝썬 같은 곳도 있고, 한쪽에서는 막걸리 한잔도 힘들어 하는 것을 세상의 법칙으로 생각하기엔 왠지 몹시 씁쓸해 진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인구문제연구소에서는 앞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될 나라는 대한민국이라는 충격적인 예측이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고, 세계 인구는 늘어나는데 우리는 인구 절벽을 걱정하고 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못살던 때도 늘었었는데…

어느 정권이든 국민들을 힘들게 하기위해 일부러 그렇게 하지는 않았겠지만,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이렇다. 현실이 점점 더 심각해졌다면 지금까지의 정책의 방향과 방법을 근본적으로 과감히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우리의 정치와 행정은 여전히 과거의 문서만 반복하는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배가 불러서 힘든 일을 기피한다고 비판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1년 일하면 자국에서 10년을 일한 것 만큼 번다는 외국인들과 다르게 10년을 다 모아도 내 나라에서 집 한 칸 장만하기도 어렵고,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인 것을 매일 확인시켜주는 권력과 비리와 승자독식의 구조에서, 눈높이를 낮추라고 충고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

학자금지원 같은 복지와 연봉이 높은 대기업과, 자녀의 등록금을 위해 몇 달치 생활비를 줄여야 하는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의 차이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범죄와 자살률은 높아지고 인구는 더 줄어 들것이다.

이런 사회적 불균형을 메꿔야 할 의무는 ‘국가’에 있다.

우리나라 1년 예산 470조 중 보건 복지 노동 교육 예산은, 대략 국민 절반에게 연간 1천만원씩을 나눠줄 수 있는 금액인 243조원이다. 놀고먹게 나눠주라는 것이 아니라, 단순 계산으로는 충분히 엄청난 예산이 과연 ‘지금까지처럼’ 쓰는 것이 맞는지 심각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 수당 10만원 지급한다고 출산율이 늘 것도 아니고, 최저임금 올린다고 등록금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각각의 지자체에서 출산, 청년수당, 노인수당을 얼마를 준다는 등 퍼즐 조각 같은 대책들을 내어놓지만, 국가 전체의 큰 그림 없이 쏟아진 대책들은 흩어진 수 만개의 퍼즐 조각으로 뭔지도 모르는 그림을 맞춰야 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국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지금 다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단계별 미래 복지 계획을 수립해서 경제가 성장하고 세금이 많아질수록 무엇이 점점 좋아질 것인지는 알 수 있어야 국민들도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주거 때문이든 교육 때문이든 삶의 기본권과 미래가 더 어둡다면 자식을 낳지 않는 것은 당연히 계속될 것이다.

정치적으로 던지는 간헐적 복지는 포플리즘 일수도 있다. 그러나 계획된 복지는 사회투자다. 만일 ‘요람에서 대학까지’가 지금 할 수 있는 기본 복지라면 사원 복지로 지원하던 기업은 경영비가 대폭 절감되고, 지원하지 못하던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보다 몇 십 배의 효과이며, 사회적 간극은 좁혀지고, 세금, 최저임금, 근로시간 등은 논쟁에서 훨씬 자유로워질 것이다.

역사를 보면 자본주의는 사회주의를 너무 멀리해서 불행해졌고, 사회주의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이지 않아 무너졌다. 북유럽의 자본주의는 사회주의를 받아들여 행복지수 1위가 되었고, 중국이나 베트남의 사회주의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성장률 1위가 되었다. 이제 답습의 정책과 이념이라는 단어의 한계에서 벗어나 국가의 본질적 목적을 위한 실용적인 정책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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