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0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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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 이후
박대우
지역발전정책연구원장

  • 입력날짜 : 2019. 12.12. 19:31
2019년 3월1일 0시30분께. 북한은 베트남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이미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실패를 인정하고 떠난 뒤여서 남아있는 북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세계 각국의 취재 경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기자회견을 요청한 시간이 너무 늦은 시간이었고, 기존에 보여줬던 북한의 외교형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에 일부에서는 뭔가 긴박한 상황을 예상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북측 핵심인사인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미국이 유엔의 제재 중 일부 즉, 민수경제와 특히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영변지구의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하겠다.”

북한의 의중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종합하면 유엔 조치의 전체적인 해제는 아니더라도 북한경제에 필수적인 제재만큼은 풀어달라는 것이다. 이 제재들 중에는 북한의 광업과 제조업, 수산물 수출까지 막는 수출 제재와 철강과 원유의 수입을 제한하는 수입 제재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조치들은 국가경제를 마비시키는 강력한 제재였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북한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한에게는 더 큰 난관이 남아있다. 무엇보다도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북한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초강력 제재이기 때문이다. 이 제재에 따르면 각 회원국에서 일하는 모든 북한 근로자들을 2019년 12월 22일까지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추방이다.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의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 이후 지금까지 최소 2만 3천여명이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숫자만큼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루트가 차단된 것이다.

12월22일이 가까워질수록 북한으로 돌아가는 노동자의 숫자는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이와 함께 거의 모든 수출이 막혀있는 상황에서 북한경제를 지탱하던 외화유입이 줄어들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3차 회담에 대한 용의를 밝히면서도 ‘대화 시한’을 올해 연말로 못 박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각국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빠져나간 공백은 다른 인력들로 대체될 것이고 노동시장의 특성상 예전처럼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올 연말이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위급한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적인 군사행동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도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전에 없던 전략자산까지 전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었고 더구나 탄핵국면을 마주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지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핵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으로 가는 길목에 걸림돌로 작용할 거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결국 북한은 새로운 협상 전략을 꺼내 놓았다.

남한과의 대결국면과 군사적 도발로 최대한 한반도의 긴장감을 높이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협상의 상대를 유엔으로 바꾸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자신이 직접 협상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위험성이 줄어드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 당연히 주한미군의 필요성은 커질 것이고 주둔비용 협상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열렸다. 한반도 상황을 진전시키기 위해 유엔의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도 예상했던 대로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무력시위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개입과 유엔의 등장, 그 모든 것의 중심에 북한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작 이해당사자인 우리 정부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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