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7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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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명품마을을 찾아서](13)강진 탑동마을
한국 순수시의 산실 ‘시문학파’ 향기 솔솔
모란꽃 피는 영랑생가·시문학파기념관 자리 잡아
금서당서 공부하던 학생들 강진 3·1독립만세 주도
세계모란공원·사의재 등 다양한 역사·문화 한자리

  • 입력날짜 : 2021. 01.14. 20:15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 시대처럼 이어져오고 있는 탑동마을은 강진군 주요 행정기관이 있는 평야지에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은 우리나라 대표 서정시인이자 항일지사였던 영랑 김윤식의 생가가 있는 마을로 유명하다.
모란이 피는 봄을 기다리겠다던 시인 김영랑은 가고 없지만 시인의 고장 강진은 매년 봄이면 모란이 활짝 핀다. 봄이 아니어도 강진을 찾는 사람들 마음 속에는 모란이 피어있는 마을이다. 특히 영랑선생이 공부했던 ‘금서당(琴書堂)’은 1919년 당시 학생들이 독립만세를 외쳤던 역사적인 곳으로 ‘세계모란공원’ 옆에서 단아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렇듯 역사와 문화가 한 자리에서 숨쉬고 있는 강진 탑동마을은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황소의 콧등’에 둥지 튼 명당터 마을

‘남도답사 1번지’ 강진은 3면이 높고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강과 바다가 지평선으로 경계를 이루고 있다. 넓은 갯벌에서 생산되는 해산물은 풍요로움을 선사하고 예부터 풍광이 수려하고 넉넉한 인심은 그 명성으로 자자하다.

강진읍의 지형은 풍수지리학상으로 ‘황소’가 누워 있는 형국인 와우형상인데 이 지방의 중추관아인 동헌, 즉 지금의 강진군청이 자리하고, 그 위치 또한 황소의 취각신경이 집중한 비부(콧등)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명당자리에 탑동마을이 둥지를 틀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 시대처럼 이어져오고 있는 탑동마을은 강진군 주요 행정기관이 있는 평야마을이다. 북쪽으로는 보은산이 받쳐주고 있고, 남쪽으로는 강진만으로 흐르는 탐진강이 바라다 보이는 배산임수형으로 전형적인 명당터다. 특히 탑동마을은 ‘영랑생가’ 가는 길 내내 모란이 화사하게 벽화로 피어 감성이 묻어난다. 모란은 예부터 상서로운 꽃으로 부귀와 영화를 가져다주는 꽃인데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영랑시인의 시에서처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낭만이 매력적인 마을이다.


◇우리나라 최초 유파 문학관 ‘시문학파기념관’


사진 위로부터 시문학파 기념관과 영랑 동상, 강진 신교육의 요람지인 금서당.

우리나라의 대표 서정 시인이자 항일 민족 지사였던 영랑 김윤식의 생가가 있는 강진의 탑동마을은 대한민국에서 문학인의 생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국가지정문화재(국가민속문화재 제252호)가 있는 마을이다. 영랑시인과 함께 1930년대를 풍미한 강진 서문출신의 김현구 시인의 ‘현구생가’(강진군 향토문화유산 제51호)가 함께 자리하고 있는데 그들은 어린 시절 ‘금서당’에서 공부했던 막역한 지기였다. 특히 1930년대에 창간된 시 전문지 ‘시문학’을 중심으로 순수시 운동을 주도한 시인들을 기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유파 문학관인 ‘시문학파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에는 시문학파시인 영랑 김윤식, 정지용, 박용철, 변영로, 이하윤, 정인보, 김현구, 신석정, 허보 등을 소개하고 있다.

강진군은 매년 모란꽃 개화시기(4월 말)에 맞추어 시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영랑생가’와 ‘현구생가’ 일원에서 영랑·현구문학제를 개최하면서 영랑백일장과 영랑문학상 시상식을 함께 개최한다.

탑동마을은 1930년대 우리나라 시문학의 최초 발상지로 한국 시문학파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있는 마을이다. 북에는 ‘소월’ 남에는 ‘영랑’이라 하듯이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시문학 발상지에 걸맞은 시낭송, 시창작, 음악교육 등의 주민주도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함께 참여하는 현장에서 듣는 달콤한 시문학 이야기(연 4회), 시가 흐르는 마을(연 4회), 화요일 밤의 문화데이트(매월 첫 주 화요일)를 개최해 시를 일상으로 끌어들였다. 2019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전라남도 마을공동체 사업인 탑동부녀회의 ‘시가 음악을 만나다’ 프로그램은 시낭송과 예술교육(피아노)을 실시하고 있고, 2020년 문화재청 생생문화재 사업인 ‘영랑실버시인학교’의 시창작교실은 매주 월요일 ‘시문학파기념관’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영랑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가는 주민들의 시적감성은 마을정취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영랑생가 뒤편으로는 교과서에 실린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재구성한 ‘세계모란공원’이 조성돼 연중 모란꽃을 관람할 수 있는 사계절 모란원이 있다. 공원에는 한국토종모란을 비롯해 세계 8개국의 모란과 함께 아열대식물, 난대성아교목과 관목이 자라고 있고 강진군에서 재배되고 있는 화훼류가 식재돼 많은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또한 마을에는 일제강점기에 운영돼 온 ‘조산원’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고 골목 사이사이에 ‘시와 그림을 넣은 시의 거리’가 조성돼 있어 시인의 마을은 모란처럼 향기롭다.


◇강진 신교육 요람지 ‘관서재’인 ‘금서당’

특히 강진 신교육의 요람지인 ‘관서재’는 그 설립연대는 알 수 없으나 현재는 ‘금서당’이라는 이름으로 자리한다. 1905년에 관서재를 폐지하고 그 자리에 1909년 8월에 ‘금서당’이라는 신식학교를 세웠는데 현감과 읍성 내에 사는 자식들을 가르치던 사설학교로 시인 영랑선생과 시인 현구선생도 이곳에서 공부를 했다. 영랑선생은 6살에 금서당에 입학해서 1909년 4년제 강진공립보통학교를 졸업했다. 당시 이곳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은 1919년 강진 3·1독립만세 운동을 주도했고, 그 해 4월4일에는 200여명의 전교생이 모여 독립만세를 외쳤던 곳으로 강진 탑동마을은 전남도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항일 독립만세 운동이 일어난 마을로 기록되고 있다. 마을 안에는 1950년대 공산당과 싸워 나라의 바른 터전을 닦은 이들의 높은 뜻을 깊이 새긴 ‘충혼탑’과 1980년 5월 강진지역의 민중항쟁의 내용을 새겨놓은 기념비가 있다. 강진 신교육의 요람인 ‘금서당’은 1909년 8월 강진공립보통학교로 개설돼 강진중앙초등학교의 전신이었으며, 지금은 완향 김영렬 화백이 작업실로 쓰다가 작고한 후 선생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의 유배문학 산실 동문밖 ‘사의재’

조선최고의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서 18년 동안 유배기간중 4년간 기거했던 주막 ‘사의재’가 동쪽에 있고, 서쪽에는 일시 거처했던 고성사 ‘보은산방’이 있다. ‘사의재’는 강진읍의 동문밖 주막으로 청렴하고 검소했던 다산이 실의에 빠져있자 주모할머니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제자라도 가르치라’며 다독였다는 일화가 가슴에 와 닿는다. 그후 마음을 추스르고 ‘사의재’에서 제자를 가르치게 되고, 제자 이학래 집에서 8년을 보낸 후 1808년 봄에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겨 해배(解配)되던 1818년 9월까지 10여년동안 기거하면서 ‘목민심서’ 등의 저술을 하면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이처럼 문학의 향기와 역사가 살아 숨쉬는 탑동마을은 마을 주민들이 똘똘 뭉쳐 마을공동체사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안길 정비, 노후 담과 대문 정비, 옹벽 디자인 개선 등 마을환경을 향기롭게 바꿔 놨으며 주민이 함께하는 녹색 쉼터도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이제는 인정 넘치는 자치마을을 꿈꾸고 있다.

/정연우 자유기고가
/강진=정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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