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지난 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탄핵’ 정국 상황에서도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국민의힘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야권의 유력 ‘잠룡’들이 하나둘 민주화의 성지 광주를 찾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내부에서 연일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를 중심으로 ‘이재명 때리기’가 이어지면서 비명계의 세력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가장 먼저 호남을 찾은 야권 ‘잠룡’은 김부겸 전 총리다.

김 전 총리는 9일 오후 6시 여수·순천 경제인과의 간담회를 갖고 계엄 여파로 내수경제 침체가 장기화 되는 흐름 속에서 시급히 필요한 지원 및 조치 사항을 청취하며 관련 정책 대안 모색에 나섰다.

지난 7일 5·18 국립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2박3일에 걸친 호남지역 민심 청취에 나선 김 전 총리는 8일 오전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광주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한 ‘탄핵 후 국가대개혁을 위한 청년의 역할’ 특강을 가진 데 이어, 오후에는 목포 경제인과의 만남 행사를 가졌다.

김부겸 전 총리는 호남 일정과 관련 “광주·전남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희망이자 개혁의 출발점”이라며 “촛불혁명의 염원을 지키지 못하고 대한민국이 다시금 위기를 맞이한 지금, 광주·전남에서 국민의 뜻을 묻고 미래의 길을 찾고자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두관 전 국회의원은 11일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해 지역 여론을 청취한다. 12일엔 지역 언론인들과 만나 지역 민심을 살필 예정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오는 13-14일 광주·전남을 찾는다.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광주시장·전남지사 면담, 경제·시민사회단체 특강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비명계의 ‘이재명 때리기’는 갈수록 날이 서는 형국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표 옆에서 아첨하는 사람들이 한 표도 더 벌어오지 못한다”며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을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당은 비판과 공론으로 떠들썩한 게 좋다. 김경수·김동연·김부겸 모두 나서달라고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인격적 공격을 해선 안 된다”며 “갈라치고 비아냥대며 왜 애써 좁은 길을 가려는 것인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민주당에 복당한 지난 7일 부산을 찾아 “정권 교체를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통합 정신이 필요하다”며 “이 상태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라고 이재명 대표에 견제구를 날렸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 대표의 중도층 공략을 위한 ‘우클릭’ 행보를 정면 겨냥해 최근 “우리(민주당)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비명계 ‘잠룡’으로 꼽히는 인사들이 연일 ‘이재명 일극체제’ 비판을 이어가면서 비명계의 세력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비명계 총선 낙선·낙천자들을 중심으로 한 모임 ‘초일회’는 김동연 지사와 김경수 전 지사를 초청해 강연을 들을 계획이다.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의원은 비명계 주자들 간 연대의 틀을 만들기 위해 오는 18일 ‘희망과 대안 포럼’을 출범시킨다.

당 밖에서는 여전히 중도층으로부터 호남 출신 대표적 ‘잠룡’으로 평가받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정중동의 움직임을 시작했다.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인 이 전 총리는 10일 오후 2시 광주 전일빌딩에서 ‘국민과 함께 여는 제7공화국’ 시국토론회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다.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광주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첫 정치 토론회다. 이 전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행정부·입법부·사법부 모두가 허물어져 있는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현 위기를 초래한 원인과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수·변은진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