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미래운동회 ‘땅따먹기’ 게임 모습

“따르릉!”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운동장을 이리저리 달린다. AI의 눈을 피해 교통콘을 머리에 쓰거나 각종 물건을 몸과 연결 지어 괴상한 자세로 얼어붙는다. 손에는 손전등 대신 빛을 흡수하는 장비가 들려 있다. 낯설지만 유쾌한 디지털 스포츠 한마당, ‘ACC 미래운동회’ 이야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준비한 이색 전시 ‘ACC 미래운동회’가 오는 6월1일까지 복합전시1관에서 열린다. 디지털 기술과 현대예술을 접목한 ‘ACC 미래운동회’는 전시이자 축제, 체험이자 놀이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실제 게임처럼 직접 몸을 움직이며 참여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전시는 크게 다섯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소운동장’, ‘대운동장’, ‘실내운동장’, ‘육상 경기장’, ‘아카이브존’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공간마다 색다른 규칙의 ‘게임’이 준비돼 있다.

대표 프로그램으로 청각에 의지해 보이지 않는 전화를 찾는 ‘따르릉 전화받으세요’, 사람처럼 보이지 않게 멈춰서야 하는 ‘AI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빛을 쫓는 ‘불나방 대소동’, 자신의 달리기 데이터를 기록하고 미래의 자신과 대결해보는 ‘스포츠 타임머신’ 등이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디지털 체험을 넘어선다. ACC는 디지털 기술이 난해하고 접근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해소하고, 세대 간 공감과 융합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날로그 기반 놀이를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하면서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콘텐츠로 발전시켰다.

특히 일본의 야마구치정보예술센터(YCAM)와 공동 연구·개발한 디지털 스포츠 모델을 기반으로, ACC만의 색깔을 담은 새로운 참여형 전시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시 참여는 ‘선수 등록’이라는 설정을 통해 시작된다. 등록을 마친 관람객은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동구랑 건강체조’를 따라하며 몸을 푼 뒤 본격적인 게임에 참여한다. 각 경기에는 QR 기반 기록 시스템이 적용된다. 관람객은 자신의 점수를 누적해 다른 참가자와 경쟁하거나 다시 방문해 기록을 갱신할 수 있다.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다소 멀게 느껴졌다면, 이번 ‘ACC 미래운동회’는 이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로 바꿔 놓는다.

김상욱 전당장은 “운동회라는 친숙한 형식을 통해 다양한 세대가 기술과 예술을 함께 경험하고, 창의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ACC는 일상 속 예술을 확장해가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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