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노무사(든든 노무사사무소 대표)

광주·전남 지역은 농업·제조업·건설업 등 다수의 산업이 이주노동자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전남도의 경우 올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 인원이 2만718명으로, 지난해 1만403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늘어나는 인력만큼 그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제도적 사각지대 속 안전 문제와 인권 침해가 심각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증가하는 산재, 멈추지 않는 위험

2025년 현재 올해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피해자는 9천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전남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농업 분야 산재 피해는 최근 5년 사이 무려 96% 증가해 다른 업종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10일, 전남 고흥군 두원면의 한 새우 양식장에서는 태국과 베트남 출신 노동자 두 명이 감전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중 모터가 작동하지 않자 담수 정화시설 안으로 들어갔지만, 감전 방지를 위한 안전 장비는 지급되지 않았다. 숨진 노동자 중 한 명은 단기 계절근로(E-8) 비자 소지자였고, 다른 한 명은 체류기간이 만료된 불법체류 신분이었으며, 두 사람 모두 사전에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 전날에도 곡성군의 한 과수원 농로에서 30대 베트남 노동자가 지게차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그는 지게차 운전 자격증 없이,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 업무에 투입된 상태였다. 이처럼 언어 장벽과 불안정한 신분 탓에 안전 수칙을 익히지 못한 채 위험 작업에 나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임금체불과 직장 내 괴롭힘

이주노동자가 현장에서 가장 자주 호소하는 문제는 임금체불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광주에서 약 4천400명, 전남에서 약 6천500명이 임금 체불 피해를 입었으며, 체불 총액은 약 1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주 노동자들은 언어 장벽과 법 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 때문에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임금 지급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퇴직 시 체불임금을 주지 않는 관행까지 여전하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심각하다. 고용 불안과 체류 자격의 불안정성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쉽게 저항하지 못한다. 관리자나 동료의 폭언, 과도한 업무 배정, 휴식·휴가 제한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피해를 당해도 이를 신고하거나 구제받기 어렵다.

실제로 올해 2월 전남 영암의 한 축산농장에서 일하던 20대 네팔 노동자가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사회적 충격을 주었다. 같은 달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는 30대 스리랑카 노동자가 동료 근로자들에게 벽돌 화물에 묶인 채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가혹행위를 당해 공분을 샀다. 결국 이주노동자는 “저임금·고위험 노동 + 차별과 괴롭힘”이라는 이중의 약자 지위에 내몰리고 있다.

정책 과제와 제언

첫째, 이주노동자 전담 감독 조직이 필요하다. 지방노동청이나 지자체가 협력해 외국인 고용 현장을 전담 관리하는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실제로 강원도와 김해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담팀을 운영하며 다문화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둘째, 통합 복지·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건강·의료·심리 상담·법률 지원 등을 한 곳에서 제공하는 플랫폼을 마련해, 체류 기간이 짧고 한국어에 서툰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권리를 구제받기 어려운 현실을 보완해야 한다.

셋째, 사업주의 책임 강화와 처벌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 불법 파견, 무면허 작업 지시, 임금체불과 같은 위법 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이주노동자 보호 장치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는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라, 우리 지역 사회의 소중한 동반자이다. 그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인간 존엄의 문제이자, 지역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광주·전남의 경제가 그들의 땀 위에 세워져 있다면, 이제는 그들의 권리 또한 우리의 책임 속에 세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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