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절요’ 정종2년에 나오는 고려시대 기우제를 행하는 예법에 관한 내용을 보면, 가뭄 때에는 죄수들을 자세히 심리하여 죄 없이 억울하게 형벌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고, 가난한 백성들을 구제하고, 무덤이 파헤쳐져 밖으로 드러난 해골을 묻어 주었다. 그리고 큰 산이나 강·바다는 구름과 비를 일으키는 곳이라고 하여, 그에 대해서 각각 북교(北郊:북쪽 교외. 예전에 창의문 밖의 근교)에서 기도하고, 그 다음에 종묘에 빌었다.

이와 같이 7일마다 한 번씩 빌어도 비가 오지 않으면, 다시 큰 산·강·바다에 처음과 같이 기도하고, 가뭄이 더욱 심해지면 기우초제를 지내는 제단인 기우단에 제사 지낸다. 장터에서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여 모자 쓰는 것, 부채질하는 것을 금지하였고, 관마(官馬)를 먹이는 데는 곡식을 쓰지 못하게 하였으며, 도살도 금하였다. 조정에서는 국왕과 백관들이 근신하였다.

가뭄과 더위는 오늘날에만 존재하는 재난이 아니며 지난 단군조선 이래 꾸준히 발생한 인류와 함께 해온 재난이다. 위에서 언급한 기우제는 우리 선조들이 가뭄과 무더위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이었으나 지금의 현대인들의 시선으로 볼 때 ‘과연 저게 효과가 있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기우제 이후 단비가 내리는 축복이 있었으니 예로부터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는 행사로 자리매김 했던 게 아닌지 생각해본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에도 기우제가 필요할까? 현재 우리나라에 연일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7월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지난 30일 현재 14.2일로, 평년 3.9일의 3.6배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1973년 관측 이래 2위 기록이다. 1위는 1994년 7월의 18.3일이다.

연일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어지럼과 구토증상 등이 나타나는 온열환자가 잇따르고 가축 폐사가 속출하는 등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는 29일 기준 197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했고 무더위 속에 가축과 양식장 어류가 집단 폐사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에서도 폭염을 재난으로 인식하고 폭염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재난을 막을 수는 없지만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 대상 또한 아니다. 막연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이제 그만 더위가 멈추고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만 하는 소극적인 태도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과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이에 우리 소방에서는 폭염관련 물품(얼음조끼, 얼음팩, 전해질요액 등)을 확보한 폭염구급대를 운영해 급증하는 온열환자에게 바로 조치 가능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으며, 연일 이어지는 고온으로 치명적 독성을 가진 말벌의 활동 시기가 빨라지면서 벌에 쏘이는 사고가 늘어남에 따라 운영중인 생활안전대 출동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또한 가뭄지역 주민들에게 식수지원을 실시하고 전통시장 주변, 취약계층 주거지 밀집지역, 통행량이 많은 도로 등 살수를 통해 달아오른 도로를 식혀 아스팔트 변형을 방지하고 취약계층의 안전사고 방지 및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각 소방서 및 안전센터에 ‘무더위쉼터’를 운영해 더위를 피하고자 하는 시민 누구나 이용 가능한 시설을 마련했다.

이처럼 폭염에 대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낮 시간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자주마시는 등 폭염대비 건강수칙을 잘 준수하는 것이다. 기록에 남을지도 모를 2018년 여름, 큰 사건이나 피해 없이 건강하게 지나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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