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뽀빠이 만화를 무척 좋아했다. 왜소한 체격의 뽀빠이는 우람한 몸집의 연적 부르투스에게 수시로 학대당한다. 날씬하고 가느다란 몸매에 허영심 많은 뽀빠이 연인 올리브도 악당 브루투스에게 수시로 괴롭힘을 당한다. “살려줘요. 뽀빠이!” 올리브의 외침 소리에 남친 뽀빠이는 시금치를 입에 털어 넣고 무적의 용사로 변신한다. 뽀빠이 주먹 한 방에 육중한 체구의 부르투스는 나가떨어진다. 어림잡아 수십 미터는 날아갔을 것이다. 시금치를 먹으면 정말 괴력이 생기는 걸까. 허약한 팔뚝이 무쇠팔로 변신할까. 그렇게 영양가가 높은 것일까.

1870년 독일의 화학자 애리히 폰 볼프는 시금치에 들어 있는 철분 함유량을 조사했다. 시금치 100g에 철분이 3.5mg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를 실험노트에서 옮겨 적으면서 뜻하지 않게 소수점을 잘못 찍고 말았다. 3.5mg이 35mg 됐다. 그 결과는 식품학계에 보고되면서 시금치의 영양가는 전설이 돼버렸다. 이후 시금치가 많은 철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는 인식이 생겼고, 이를 결정적으로 세상에 퍼뜨린 주범이 바로 뽀빠이였다. 1919년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처음 등장한 뽀빠이는 1930년대 미국 어린이들이 채소를 잘 먹지 않는다는 사실에 불을 지르며 전 세계적인 시금치 열풍을 일으켰다. 뽀빠이는 위기에 처하면 시금치를 먹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데 실제 시금치는 열량이 아주 낮아 힘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뽀빠이 인기 덕분에 1930년대 미국에서는 시금치 소비량이 30%나 증가했다고 한다.

철분함량에 대한 오류는 1937년 다른 독일 과학자들의 재조사를 통해 정정되었으나 여전히 잘못된 분석결과 표기로 인한 대중적 오해가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는 어떤 사실이 한번 사람들의 인식에 박히면 설상 틀린 사실이라도 좀처럼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지난해 유통식품과 환경오염물질 등 380,000건을 의뢰받아 데이터를 생산하였다. 그 중에는 시금치 철분과 같은 오류가 없을까? 오류를 검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이와 같은 오해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 연구원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중앙부처 4개 기관에서 실시한 검사능력 숙련도 평가에서 19개 분야 114개 항목을 평가 받았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식약처에서 유전자변형식품 등 6개 분야, 질병관리본부에서 장내세균 등 5개 분야,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폐기물 등 7개 분야,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가축질병 분야 테스트를 받았다. 이와 같은 검사능력 평가는 중앙기관에서 검사기관의 시험검사능력을 정확이 평가하여 분석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인정하는 제도인데, 정작 실험을 하는 기관은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그 동안 우리 연구원은 2011년 99개 항목을 시작으로 지난해 114개 항목까지 모두 최고 평가를 받아 검사능력 우수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식품분야에서는 국제공인 숙련도 평가인 ‘파파스(FAPAS)’ 프로그램의 잔류농약 분야에 참여하여 ‘만족’ 평가를 받았다. ‘파파스’는 영국 환경 식품농림부에서 주관하는 숙련도 평가 프로그램으로 매년 세계 정부기관, 연구소와 민간기구가 참여하고 있다. 이번 평가에 세계 시험분석기관 111개 기관이 참석하였고 우리 연구원이 그 능력을 인정을 받은 것이다. 환경분야도 미국의 환경자원학회에서 주관하는 국제 숙련도 평가에 참여하여 중금속, 이온성분 등 모두 12종에 대하여 모두 ‘만족’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국제 숙련도 참여를 통하여 전문성과 신뢰도를 인정받았다는데 우리 직원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우리 연구원에서 국내외 검사 신뢰도를 평가를 받기 위하여 준비하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국가표준기술원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식품분야 국제시험기관 인정을 받는 것이다. 코라스(KOLAS)는 국가표준제도 확립을 위해 국내외 시험기관 자격인증 업무를 수행하는 정부기구이다. 우리 연구원에서 식품분야 코라스 인증을 획득하게 되면 우리 지역 최초의 식품분야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서 우리 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시험성적서는 상호인정협정(ILAC-MRA)을 체결된 86개국 89개 시험기관의 성적서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그동안 우리 중소식품업체가 수출을 위하여 국제공인된 시험성적서를 획득하려면 수출상대국에 직접 제품을 보내야 했지만, 우리 연구원의 인정획득으로 앞으로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연구원은 식품과 환경분야의 다양한 시험검사를 실시하여 데이터를 생산하는 전문기관이다. 시민 모두가 안전한 먹거리로 쾌적한 환경속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정성을 다하고 있다. 우리 직원들은 평범한 시금치를 힘이 솟는 마법의 식물로 만드는 우를 기억하며, 국내외 숙력도 분야의 평가를 기반으로 국제수준의 분석 서비스를 제공해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연구원이 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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