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궁금했었다. 꽃들이 다투어 피어날 무렵이면 찾아오던 불청객, 미세먼지 경보가 뜸해졌다고 느껴져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문 밖 출입을 조심하고 있지만 그나마 깨끗한 공기 덕분에 휴일이면 사람 드문 곳을 찾아 떠날 수도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궁금함은 이내 풀렸다. 환경부가 4월 초에 초미세먼지가 줄었다는 소식을 내놓은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초미세먼지 상황이 전년도 동 기간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하면서 계절 관리의 성과가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발표에 의하면 이 기간 전국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7% 감소했는데 17개 시·도 모두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개선되었고, 광주와 전북이 약 33%로 최대를 기록했다.

눈여겨볼 것은 중국의 경우다. 중국 생태환경부 발표 자료와 국립환경과학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중국 전역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1% 감소하고 특히 우리나라와 가까운 베이징, 텐진, 허베이와 주변 지역은 약 1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역설이라고들 말한다. 중국의 생산라인이 가동을 줄이고 많은 중국인이 이동을 자제한 결과가 미세먼지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뜻에서 이르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는 관광객이 많아서 생겨났던 부작용도 해소되고 있다고 한다. 연간 2천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베네치아도 코로나19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운하가 맑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이동 통제가 계속됨에 따라 베네치아 운하를 흐르는 물이 맑아지면서 작은 물고기들이 떼 지어 헤엄치는 모습도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인데, 현지 주민들은 맑아진 운하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물고기까지 있다”, “이렇게 맑은 베네치아 운하는 60년 만이다”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필요치 않은 만남은 피하고 외식이나 외출까지도 자제해야 하고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 바로 가정으로 돌아간다. 익숙하지 않은 일도 시간이 가면 적응이 된다. 마스크도 이제는 꼬박꼬박 잊지 않고 쓰게 됐다. 우리 마음속에 기본적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심성이 자리잡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벚꽃이 유명한 섬진강변에 ‘제발 오지마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리고 유채꽃이 장관인 제주에서 유채꽃 밭을 갈아엎는다는 소식이 들릴 때면 여가를 보내는 방법도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요즘 상황에서 관광객을 불편해 하는 주민들의 사정을 불굴의 의지로 이겨내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혹여 꼭 가보고 싶다면 최대한 조용히 다녀오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여가와 여행을 즐기는 방법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워라밸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고 했었지만 전혀 다른, 생각지도 못한 원인이 실천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공기는 깨끗해지고 물은 맑아지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도 서로를 지나치게 대하지 않는다. 야근도, 의례적인 회의도, 의무적인 회식도 없어지면서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도 선택할 수 있고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집안에 같이 있게 됐다. 가히 코로나19의 역설이라 할 만한 상황이 만들어졌으니 이를 통해 건강을 유지함은 물론이고, 직장과 가정이 양립하는 새로운 문화로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숨 고르기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능력치에 가까워 지거나 뛰어넘을 때, 한계에 부딪히며 넘나들 때 가쁜 숨을 쉰다. 어쩌면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적절한 때가 온지도 모른다. 한번쯤 숨을 고르면서 어디로 가야할까를 생각하는 시간, 가족이 함께 저녁시간을 즐기면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풍요롭고 즐겁다.

늦었다 싶지만 살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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