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북이면 모현마을에 자리한 오산 창의사 전경. 이곳엔선 남문창의에 나섰던 의병 72명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해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대책이 필요하다.

◇알림=본보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임진란과 이후 광주·전남 의병활동과 전적지, 의병장 등을 발굴해 본란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062-650-2060


‘임진왜란시 호남의병에 삼운사 있었으니 나주의 김천일 장군이 일운사요, 광주의 고경명 장군이 이문사요, 장성의 남문창의가 삼운사다.’

임진왜란·정유재란·이괄의 난·정묘호란·병자호란·이인좌의 난 등에서 의거를 일으켜 절의한 호남사람들의 사적을 기록한 책인 ‘호남절의록(湖南節義錄)’에 나오는 글귀다.

흔히 장성 하면 조선시대 대표적 청백리인 ‘아곡 박수량’과 ‘지지당 송흠’ 등을 배출한 선비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으나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킨 윤진, 김보원, 조영규, 변이중 선생 등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죽음을 무릅쓰고 외세와 싸웠던 호국 의인을 무수히 많이 배출한 곳 역시 장성이다.

그 중에서도 장성 남문(南門·현 북일면 오산)에서 의병을 일으켜 왜적에 맞선 김경수, 이귀, 기효간 등의 호국정신은 가히 호남의병의 모범이 될 만하다.

호남의병 삼운사중 하나인 남문창의 의병들을 기린 ‘남문창의비’를 찾았다.

남문창의비는 장성 북이면 사거리의 한 도로변에 자리잡고 있다. 광주에서 승용차편으로 1시간 가량 거리다.

이 남문창의비는 임진왜란때 의병을 일으켜 왜적과 싸우다 순절한 의병 77명의 공적을 추모하기 위해 순조2년(1802년) 호남의 유림들이 건립한 것이다. 이 비는 전남도 유형문화재 제120호로 지정돼 있다.

장성 북이면 사거리의 한 도로변에 자리잡고 있는 남문창의비는 순조2년(1802년) 호남의 유림들이 건립했다.

남문창의비는 팔작지붕에 정면 1칸, 측면 1칸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현재 이 비각을 가까이선 볼 수 없다. 지자체에서 보수공사를 벌이고 있어서다. 비각의 흉살이 파손되고 당골막이 회벽이 탈락해 5월 중순까지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비각을 둘러싸고 있는 은행나무 6그루에 대한 가지치기 작업도 진행되고 있어 당분간 관람은 불가능하다.

비문을 세워 후손에 널리 알리고자 했던 남문창의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때 총 3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임진왜란 당시 1, 2차 남문창의가 일어났는데 각각 1천600여명과 830여명의 의병이 모여 들었다.

남문에 세워진 의병청은 당시 의병과 곡식을 모집하는 역할을 한 곳이다. 관군을 통해 의병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장성 북이면 모현마을에는 남문창의에 나섰던 의병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사우, ‘오산 창의사’가 있다. 오산(鰲山)은 장성의 옛 이름이다.

창의사는 정조18년(1794년) 북이면 직도리에 창건됐다.

그러나 고종5년(1868년)때 훼철돼 1932년 현 위치에 다시 설립됐으나 3년만에 일제의 탄압으로 패쇄됐다. 이후 광복과 더불어 복향돼 1981년 오산창의사로 개칭됐으며, 매년 음력 2월 27일 향내 유림들이 향사를 올리고 있다.

오산창의사 경내에는 신실(오산창의사)과 강당(숭의재), 내삼문(경의문), 외삼문(고직사), 유물전시관, 묘정비 등이 있다. 이 곳 사당엔 남문에서 창의한 72명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무명전사의 위패도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몇 번이나 의병을 일으킨 자랑스런 호남의 의인들이다.

하지만 이 곳 역시 현재 탐방이 어렵다. 개방을 하지 않고 있어서다. 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해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장소가 협소하고 건물이 낡아 보수나 관리가 시급해 보인다. 아쉽지만 담 너머로 구국항쟁에 앞장섰던 호남의병들의 충절을 기리고 발걸음을 되돌려야 한다.

남문창의비에는 77명의 의병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노비와 천민 등 3명의 이름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호남의병 진원지 역할을 한 남문창의의 수많은 의병들중 가장 주목받는 의병장이 있다.

바로 남문창의의 맹주(盟主)인 오천 김경수 선생이다.

명예를 탐내지 않고 불의에 굴하지 않은 곧은 선비였던 선생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남문에 의병청을 세운 뒤 아들 극후와 문하생 김언희 등과 함께 의병을 일으킬 것을 결의하고 격문을 만들어 곳곳에 보냈다. 이 때 의병청 맹주에 추대됐으며, 의병과 군량미를 모아 여러 지방으로 보내 왜적과 싸우는데 공을 세우도록 했다. 이듬해에도 왜적이 침입하자 다시 남문에 의병청을 열고 의병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몸이 쇠약해지자 선생의 두 아들인 극후와 극순이 아버지를 대신해 전쟁터에 나갔다.

하지만 두 아들은 11일동안 벌어진 진주성에서의 전투 끝에 숨을 거두고 만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선생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며 먼저 보낸 두 아들의 혼을 위로했다고 한다.

“내 비록 너희들이 살아오기를 바랬으나, 할 일을 다하고 떳떳이 죽었으니 젊음이 아깝지 않도다. 외롭지 않게 순절하였으니 반드시 뜻을 같이할 사람이 있으리라.”

호남의병 정신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글이다. 김경수 선생처럼 수많은 호남의병들은 나라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의연히 일어나 호남을 지키고 나라를 구해냈다./글=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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