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재란 당시 최경운 선생과 향민 300여명이 왜적과 사투를 벌였던 화순 오성산 일대에 남아 있는 산성터(사진 위)와 오성산 정상에 세워진 최경운 선생의 전적비(사진 아래).

◇알림=본보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임진란과 이후 광주·전남 의병활동과 전적지, 의병장 등을 발굴해 본란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062-650-2060


‘옛 장군의 의병 일으킨 곳을 잊지 않고/시인이 술을 메고 석양에 찾았어라/수양성의 달무리를 누가 대적하리오/오장원의 별도 지니 일은 이미 글렀네/시골 늙은이는 다투어 옛 성터를 갈고/산꽃은 짐짓 싸움터를 향해 피는구나/뛰어난 기풍은 천추에 다함이 없으리니/오성산이 제 홀로 우뚝 솟아 있더라’(오성산성 최경운 전몰비중 이석규의 詩에서)

호남의병의 얼이 서린 화순 오성산성을 찾았다.

오성산성은 화순읍과 동면의 경계 지점에 해당하는 해발 290m 높이의 오성산 일대에 있다.

광주에서 너릿재 터널을 지나 화순읍에서 벌교·고흥 방면으로 가다보면 만연리 고인돌이 있다. 여기서 전남대병원, 수자원공사, 양계단지 방향으로 가서 삵재를 넘으면 좌측에 양계단지가 있고 오른쪽으로 오성산성에 오르는 임도가 보인다.

임도는 산 중턱까지 뚫려 있어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임도가 끝나가는 지점에 송전철탑이 보이고, 이곳에 산성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안내판 옆으로는 정상으로 향하는 조그만한 산길이 나 있다.

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는데다 수풀이 무성한 탓에 290m의 야트마한 높이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힘이 부친다.

오성산 정상의 진사최공경운전망유허비.

산길을 따라 정상쪽으로 오르다 보면 산성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금성산성이나 낙안읍성 같은 성을 떠올리면 크게 실망하게 된다. 이곳이 산성인지 조차 분간이 안갈 정도로 남아있는 성터 흔적이 얼마되지 않는다.

게다가 오성산성은 자연 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테뫼식(산 정상 부근을 중심으로 둘러치듯 쌓는 방식) 산성이어서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산성 모습과는 다르다.

안내문에는 구체적인 축조 시기나 배경과 관련된 문헌기록이 없어 정확한 성의 성격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화순읍에서 가까운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어 유사시에 즉시 입성해 방어나 역습을 할 수 있는 전형적인 배후산성으로 판단된다고 적혀 있다.

실제 오성산성은 정유재란 당시 최경운(1525-1597) 선생과 화순향민들이 왜적을 맞아 전투를 벌였던 격전지다.

임진년에 이어 정유년인 1597년 1월 15일 조선을 다시 침략한 왜군들은 7월에는 화순현 등 전라도에서 잔학한 만행을 자행했다.

왜군의 만행을 본 최경운 선생이 여러 곳에 격문을 보내고 향민과 부녀자 등 300여명과 함께 오성산에 올랐다.

선생은 이 곳에서 제대로 된 군사훈련 한번 받아본 적 없었던 향민과 부녀자들을 이끌고 오직 충천하는 적개심과 고향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왜군 3천여명과 싸웠다.

이들은 모두 하나로 뭉쳐 3일 밤낮을 꼬박 새우며 사투를 벌였으며, 200여명의 향민이 장열하게 산화했다.

화순 오성산 입구에 정유재란 당시 격전지였던 오성산성에 대한 설명이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오성산성 전투는 향민과 부녀자만으로 왜적에 맞서 싸웠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 전투를 지휘한 최경운 선생은 임진왜란 당시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의병을 진두지휘한 최경회 장군의 장형이다.

오성산성 전투 당시 선생의 나이는 73세였다고 하니 그의 투철한 호국정신을 짐작케 한다.

선생은 노구를 이끌고 밤낮에 걸친 결사항전을 벌이며 최후까지 저항했으나 결국 패해 왜병에게 사로잡혔으나 항복하면 살려주겠다는 왜장의 회유에도 굽히지 않고 오히려 왜병을 꾸짖다 결국 아들과 함께 참수당하고 만다.

선생은 임진왜란때에도 모친상을 당해 복중이었으나 경장, 경회 두 아우와 함께 본가인 화순 삼천리에 의병청을 설치하고 3형제가 힘을 합쳐 의병을 일으키는 등 애국충성과 절의에 가득찼다.

이같은 선생의 충절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1782년 정조때 명장의 고적을 그려 바치라는 조정의 명이 있자 화순현감이던 박명순이 오성산 싸움터의 도면을 그려 ‘최진사 전망유허’라고 이름 지어 상정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최경운 선생이 아들 홍수와 함께 순국한 오성산 정상에는 전적지임을 기린 비석들이 세워져 있다.

그중 하나가 박명순 현감이 세운 ‘진사최공경운전망유허비’다.

비석에는 정조때 이조판서를 지낸 이석규가 박명순 화순현감과 함께 오성산에 올라 선생을 죽음을 애통해 하며 읊었다는 시가 새겨져 있다. /글=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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