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7(월) 10:03
|
|
하지만 관군을 도우려 출정을 준비할 때 왜의 선박이 몽탄강으로 모여들자 부인 나씨와 두 아이를 사호(사포나루) 대곡산으로 옮겨 놓고 배에 올라 벌떼같이 몰려오는 왜적을 맞아 용감하게 싸웠으나 중과부적이었다.
결국 대곡산 아래로 물러나니 적들이 에워싸고 항복을 받으려 하자 오히려 꾸짖다가 난도질을 당하는 위급함에 처했다. 이때 나씨 부인이 자신의 양 어깨로 몸을 던져 남편을 감싸안으니, 함께 순국했다.
몇 백년이 지나도록 나루터를 오가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회자됐다. 지방 부녀자들이 나씨 부인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베틀노래를 짓고 불렀다고 하며, 지금껏 전해지지는 않는다.
무안 몽탄면 사창리 도로 옆 ‘정부인금성나씨정렬비’가 마주선다. 나란히 김충수의 공적비인 ‘귀암김선생순충비’가 있다. 돌비석이 눈길을 끄는데, ‘오백년 가까이 나주 김씨 집성촌으로써 우산사와 정려각, 많은 공적비 등이 자리하고 있다’고 써 있다.
이 뒤편으로 마을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우산사가 보인다. 선조때 광주 목사를 지낸 김적이 문장과 덕행으로 이름을 빛냈으며, 충수는 그의 아들로 함께 배향돼 있다.
우산사는 문중사우로 항공우주전시장에서 약 200m 거리에 위치한다. 사창마을은 집성촌으로 드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고, 식민지하에 설치된 호남선 열차역인 무안역도 인접하다.
|
의병들을 위해 보평산의 진지에 나아가 밥을 짓던 송씨는 전투가 치열해지고, 전세가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달려가 남편의 호신에까지 전력했다. 장군을 쫓던 의병의 진로를 막고 위기에서 구했다. 하지만 부인은 항전하다가 마침내 왜적에게 팔을 붙잡혀야 했다.
이에 더러운 무리가 어찌 감히 욕되게 하느냐면 크게 꾸짖고 붙잡힌 치욕을 몸시 분통해하며 돌을 들어 팔을 무참히 내리쳐 부수고 은장도를 뽑아 지결하고 만다.
새빨간 선혈은 주위에 낭자하고 의병들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시 세우고 전열을 정비한다. 왜적들은 당황해 도망해 감으로써 많은 의병들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무안읍에서 서북쪽으로 상고절 마을을 지나 약간 오르면 우측 도로변에 ‘충렬부여산송씨절행비’를 만날 수 있다.
송씨의 절의가 알려지면서 선조는 정려를 내렸으며, 마을 이름도 높은 절개를 잊지 않도록 하자는 뜻에서 고절(高節)이라 부르게 됐다.
또 인근에서 아낙네들이 추석을 전후해 음식을 가지고 보평산에 올라 부인의 높은 충절과 굳은 절개를 기리고, 놀다가곤 했다 한다.
의협심이 강했던 박제는 왜적을 방위한 큰 공으로 진위장군에 오른 인물. 임진란이 일자 동지들과 사마제에 의병청을 설치하고 모병, 부사 최경회 장군의 막하에서 남원과 무주 등에서 적을 섬멸하고, 군량을 조달했다.
정유재란때는 인근 고을의 의병을 모아 보평산에 주둔해 산성을 쌓고 남해안을 거쳐 몽탄강을 거슬러 올라 사포나루로 상륙하는 왜적을 당당히 무찔렀다.
보평산도 호국정신을 드높인 곳으로 빼놓을 수 없다.
무안읍과 현경면, 그리고 함평읍의 어깨를 걸고 있는 해발 225m의 야산으로 아늑한 느낌을 주며 천혜의 요새처럼 보인다. 뿐만 아니라 1번 국도가 고절리를 지나 토성을 가로질러 함평으로 향하고 있어 예전부터 이곳이 지리적으로 중요한 길목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산성의 흔적도 보이는데, 정상부근의 석성과 고절리와 용월리 쪽으로 뻗은 능선의 안쪽에 자리잡은 토성이 그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성은 훼손 정도가 심해 확인할 길이 없으나, 지형상으로 볼 때 성은 산 능선과 계곡을 포용하여 쌓은 포곡식 형태다.
한 고장에서 위기의 한 시대를 온 몸으로 산화해간 송씨와 나씨 부인, 남편을 구하고,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충의의 정신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로 충분히 칭송할만 하다 하겠다.
익히 알려진 논개의 이야기 뿐 아니라,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여성들의 기개도 많이 발굴돼 그 업적이 빛을 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