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앞을 가로질러 들을 적시는 강 굽이마다엔 잊혀진 우리 문화와 역사의 원형들이 고스란히 간직 된 채 오늘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흐른다. 강은 길이었고 생활의 터전이었으며 여러 빛깔의 문화들이 흘러가는 소통의 통로였다.

내가 유년생활을 보낸 마을 앞과 뒤는 영산강이 흐르는 육지 속의 섬마을이었다. 뒷 냇가엔 햇빛 반짝이는 은빛 모래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앞 냇가는 크고 작은 몽돌 위를 흐르는 참으로 맑고 아름다운 강이었다.

지금 그 자리엔 승촌보가 세워지고 제방으로 막혀 한쪽은 강으로서 기능을 잃었지만 어릴 적 여름날이면 으레 집 뒤로 흐르는 강에서 친구들과 온종일 물장구치고, 멱감으며 수풀사이에 숨은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고 무릎 밖에 차지 않은 강모래엔 손만 넣으면 다슬기와 제첩을 주웠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이제는 다슬기, 피라미, 모래무치, 버들치와 같은 물고기들은 찾아볼 수 없고 콘크리트보와 인위적인 시설로 바뀐 지금은 오로지 어린 시절의 그 아련한 추억들만 기억속의 작은 공간에 보관돼 있다.

이렇듯 예전에 우리 하천은 모래 위, 몽돌 위, 수초지를 흐르면서 물리적, 생물학적 정화작용을 거쳐 깨끗함을 유지하면서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터전이 되었지만 이제는 농촌 마을을 가로지르는 지천들이 하천 수질오염원으로 주목 받고 있다. 과다한 비료와 농약사용과 축산폐수 그리고 농촌마을 생활하수 유입 등으로 이미 오래 전에 정화능력이 상실됐지만, 그 동안 농촌 마을을 지나는 지천과 하천을 개선하기 위한 기초시설 투자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하수가 하수종말처리장을 거쳐 처리돼 방류되는 도시에 비해 모든 하수를 바로 지천으로 방류하고 있는 농·어촌 마을이 하천오염의 주원인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하수처리시설은 도시 지역이든, 농·어촌 지역이든 지역이 발전하고 주민들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이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의 하수도사업은 주로 도시 위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농어촌지역은 하수도 보급률이 54.6%로 낮은 실정이다. 따라서 이제 정부에서도 하천 오염과 상수원 등의 수질오염물질을 초기단계에서 예방하기위해서는 하수도 서비스가 도시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어촌지역의 생활환경 개선과 하천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마을단위별 마을하수도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2월 완료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이어 총 25조원의 예산을 들여 지류 및 지천에 대한 생태복원과 오염원 차단 그리고 생태계의 복원 등에 초점을 맞춘 마을하수 처리시설, 가축분뇨 처리장 등 후속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대도시 지역 광역하수처리구역의 하수처리 사업과는 별도로 농어촌 마을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를 처리하기 위해 소규모 처리방식인 마을하수 처리시설(50㎥-500㎥미만)을 선제적으로 설치하고 있는 것도 그 맥락이다.

광주시의 경우, 2011년 이전에 북구 주룡, 금곡, 화암, 충효마을 4곳과 광산구 황계, 가삼마을 등 3곳 그리고 서구 신용마을 1곳 등 총 8개 마을에 마을하수 처리시설이 설치돼 가동되고 있었는데, 그 처리효율을 보면 BOD는 96.6%가 감소되고, COD 84.8%, SS 95.3%, 총질소 54.7%, 총인은 56.1%가 감소되는 등 수질오염물질 제거효율이 매우 높았다. 따라서 마을 인근 지천인 석곡천, 풍암천, 평림천, 왕동천 등의 수질개선 효과가 커졌고, 더불어 영산강, 황룡강의 본류하천 수질개선에도 기여도가 큰 것이 확인됐다.

지난 해 말에도 동구 내남, 용연마을 등 19곳에 마을하수 처리시설을 설치했고, 앞으로도 광산구 금동마을 등 13곳에 더 설치해 총 40개소의 농촌마을의 마을하수도를 운영함으로써 마을 지천에 대한 생태복원으로 생물다양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그리하여 냇가에서 물고기가 뛰놀고 아이들이 멱감는 옛 시절 마음의 젓줄 ‘고향의 강’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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