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부분 개관과 옥외 및 야외 공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빛고을 광주의 핵심 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옛 전남도청 자리에 둥지를 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드디어 첫 개방의 시대를 맞았다.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의 핵심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지난 4일부터 일반에 공개되고 있는 것. 공식 개관은 오는 11월이나 12월로 예정돼 있지만, 문화전당은 미리 문을 열어 손님을 맞으며 명실공히 ‘문화산업 발전소’라는 문패를 내걸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역할과 영향에 대해 문화계는 물론 지역사회 안팎의 기대가 크다.

◇민주성지에서 문화발전소로=지난 2005년 12월 첫 삽을 뜬 지 10여년 만에 탄생한 문화전당은 1980년 5월 시민군이 계엄군에 맞서 최후까지 버텼던 공간인 옛 전남도청 자리에 들어서 있다.

민주의 성지인 광주를 아시아 문화의 중심도시로 만들어가겠다는 청사진을 담고 있는 복합문화시설인 셈이다. 더불어 아시아를 넘어선 세계를 향한 문화의 창(窓)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다.

문화전당은 지상 2층, 지하 4층에 연면적 16만㎡ 규모로 국내 최대 위용을 자랑한다. 2005년 문화전당 설계공모에 ‘빛의 숲’으로 당선된 재미교포 건축가 우규승씨가 설계했으며, 주요 시설의 90%가 지하 25m를 파고 내려가 들어앉은 독특한 공간이다. 지하에 건립됐지만, 곳곳에 설치된 채광정을 통해 빛이 쏟아져 지상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설은 아시아예술극장과 어린이문화원·문화정보원·창조원·민주평화교류원 등 5개 원(院)으로 구성됐다. 민주평화교류원은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는 11월 이후 문을 열게 되고, 나머지 4개 원은 이미 개방됐거나 향후 순차적으로 모두 개방될 방침이다.

◇문화산업 허브·경제성 창출 기대=향후 문화전당은 국내외 문화예술인들의 교류·협력을 이끌어내는 ‘문화산업의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문화들을 결합시켜 새로운 콘텐츠를 연구·개발하고 생산·유통까지 시키는 발신기지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적 가치는 물론 경제적 효과까지 모두 창출해내겠다는 포부가 스며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지난해 4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뢰해 내놓은 용역 결과를 살펴보면 문화전당의 기대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연간 방문객 수가 9월 임시 개관 이후 연말까지 83만5천명에 달하고 정식 개관 이후인 내년에는 167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 용역 결과, 사회적으로는 ▲사회통합과 다문화 이해 ▲문화매력 도시와 국가 이미지 강화 ▲균형발전·문화경제도시 모델 창출 ▲아시아 국가간 협력관계 증진 등의 다양한 효과를 낳을 것이란 기대가 도출됐다.

문화적으로는 ▲창작·교류 활성화 ▲국가 도시 문화경쟁력 강화 등 문화전당이 지닌 콘텐츠와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관련 분야의 대표 아이콘으로서 역할이 전망됐다.

특히 수치로 보이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더욱 생생하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문화전당 투자 사업비 지출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2조936억원, 소득유발효과는 4천738억원이다. 취업유발효과는 2만4천명,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8천860억원, 수입유발효과 1천721억원, 세수유발효과 1천63억원이다.

◇콘텐츠 확충·운영 안정화 성공 관건=문제는 ‘이 같은 예상수치들이 과연 제대로 실현될 것인가’이다. 해서 문화전당의 콘텐츠 확충과 조직 운영 안정화, 지역과의 소통 등이 성공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사상 최대 규모의 문화전당을 채울 차별화된 콘텐츠 기획과 확충은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해 문화전당의 정식 개관이 미뤄지고 있는 만큼, 문화전당이 내세울 수 있는 자체 콘텐츠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더불어 콘텐츠 간 정체성과 색채 찾기에도 골몰해야 한다. 그래야 문화전당 전체의 청사진이 확연해질 텐데, 사실상 현재의 모습으론 문화전당에 내걸만한 문패는 부재 상태다. 예술품을 기획·생산해내는 ‘문화 공장’ 개념을 지향하고는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가시적 대표사례는 없다.

또 문화전당 운영조직의 안정화는 시급한 숙제이다. 운영 인력이 애초 계획보다 크게 축소됐고, 문화전당을 위탁 운영해야 할 아시아문화원의 출범은 이달 말께 예정돼 있어 현재 추진동력은 없는 상황이다. 문화원을 이끌 아시아문화원장 역시 언제 선임될지 미지수다. 또 정부에서 운영 중인 문화전당은 5년 뒤 법인에 위탁되도록 규정돼 있어 향후 큰 논란도 예상된다.

게다가 옛 전남도청 별관 보존 문제, 광주정신 연계 등 지역 사회와의 소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도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다.



亞문화전당 개관 의미
방선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당장 직무대리

아시아문화전당이 10년이라는 기다림 끝에 드디어 문을 열었다. 연말에 있을 공식 개관을 앞두고, 전당의 주요 시설 및 일부 프로그램들을 시민들에게 공개한 것이다. 오랜 진통의 시간을 거치고, 아시아문화전당은 지금의 모습으로 구현이 됐다. 건축적인 면에서는 구 전남도청을 지상에 보존하고, 새로운 건축물은 지하로 배치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택했다. 또한 전당 설계의 주안점을 ‘광장’과 ‘공원’에 두어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장소를 지향했다.

여기에다 전당은 차별화된 프로그램과 창의적 콘텐츠를 운영할 계획이다. 전당은 소장품을 가진 전시기관이 아니다. 전시, 공연, 영상, 미디어 등을 직접 창·제작해 보여주고, 아시아 작가들이 협업하고 유통하는 복합문화시설이다. 나아가 우리사회에 필요한 다문화 이해와 교육을 담당하고, 아시아 예술가들이 모여 담론을 나누는 중심적 기관이 되고자 한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정부 문화정책의 핵심 과제로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대표적인 문화인프라이다. 또한 최근의 한류 열풍 등 우리나라의 문화적 역량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현 시점에, 아시아 문화발전과 진흥을 선도할 기관을 운영한다는 것은 역사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전당의 성공은 대한민국이 문화융성국가로 도약하는 시금석이자 디딤돌이 될 것이다.

전당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국가브랜드이자 아시아 문화교류의 중심적 기관으로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지역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지역이 일차적으로 전당에 관심을 보여줘야 다른 지역도 관심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당 또한 시민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보답을 할 것이다. 나아가 국내외 많은 관광객들이 들르는 관광명소가 돼 지역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 문화중심으로 굳건히 자리 잡을 것이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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