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멱 감고 물고기 잡던 광주천에서의 추억이 가슴 깊이 그려지는 것은 필자만의 감정이 아닐 것이다. 물 환경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광주천에 갈 때면, 미안함과 안타까움 뿐만 아니라 죄스러운 마음까지 든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우리 뇌리 속에 기억되고 있는 광주천은 ‘물이 더럽고 오염되어서 물고기가 잘 살지 못할 것이다’라는 안 좋은 이미지가 깊게 새겨져 있다. 그동안 민·관이 함께 광주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적어도 외관으로 보기에 천변의 주차장 대신에 잔디와 나무들이 어울려 있고, 징검다리와 버드나무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광주천의 가장 큰 문제는 하천에 흐를 물이 부족하다는 것과 하수가 유입되어 물이 더러워졌다는 것이었다. 시가지가 도시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수순이기는 하지만, 광주천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와 환경학적으로도 도시열섬현상을 완화하고 생물들의 서식공간을 제공하는 등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위해 광주천을 살려야 한다는 시민의 요구가 계속 있어 왔다. 하천을 살린다는 것은 곧 생태적 원리가 도입되어 생태계가 가진 본래의 의미인 상생과 배려가 그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생태계란 영국의 A.G.탠슬리에 의하여 1935년 제창된 용어로, 여러 형태의 자연 즉 지구 전체 또는 작은 단위의 연못과 같은 단위계에서 생물들과 주변의 비생물적인 환경이 상호 간의 관계를 맺어 생물과 환경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즉 생태계 내에는 생산자(녹색식물) · 소비자(동물) · 분해자(미생물)가 먹이사슬이라는 기능적인 묶임에 의해 일종의 먹이로 표현되는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상호의존하고, 이 생물공동체가 살고 있는 땅이나 물과 같은 무기적 환경과의 사이에도 물질순환과 에너지 흐름이 이루어져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따라서 어느 하나가 잘 못 되면 생태계의 모두가 무너져 버리는 강력한 의존성을 지니고 있어 모든 생물이 그들에게 필요한 양만큼 이용하는 자제력을 지닌다. 그들이 먹어야 하는 먹이와 살아가야 할 서식지를 먹을 만큼 욕심내지 않고 배려하여야 곧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과학적인 사실이다.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우리가 지향해온 환경지표들은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각종 물질을 분석하여 오염여부를 판단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물들이 얼마만큼 상호 배려하며 잘 사는지의 생태 건강성 지표가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광주천의 경우 그동안 문제점으로 인식되어 온 수질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수관거를 오수관과 우수관으로 분리하여 오수 유입을 차단하였고, 부족한 유지용수를 주암호 물과 깨끗하게 정화한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펌핑하여 광주천에 사계절 내내 물이 흐르게 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필자가 올해 광주천 건강성 평가를 수행한 바에 의하면, 1-2급수 생물인 피라미가 떼 지어 헤엄쳐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고, 1급수의 대표생물이라 할 수 있는 강도래라는 수서곤충의 애벌레가 물속에서 발견되어 광주천도 살아나고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그러나 아직도 물고기는 피라미와 같이 물속에 헤엄쳐 다니는 특성을 가지는 종류가 대부분이고, 밀어나 동사리, 기름종개와 같이 바닥에 사는 종류는 그리 많지 않아 바닥환경까지 완전히 좋아졌다고 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하천생태계가 건강해지려면 흐르는 물이 깨끗해야 함은 물론 적당량의 물이 사계절 흘러야 하고, 물이 흘러가는 하천에는 여울과 소, 생물들이 살 수 있는 공간들이 적당히 어우러져야 한다. 즉 바닥의 돌이나 돌 틈에서 사는 곤충인 하루살이나 날도래 애벌레 같은 곤충이나 동사리 같은 물고기뿐만 아니라 돌고기, 피라미 같은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까지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는 즉 사람 위주의 하천 살리기에서 자연환경과 생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더 많은 시민이 걷기 위해서만 광주천을 찾을 것이 아니라 다슬기나 하루살이와 같은 생물을 만나기 위해 찾아가는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생태공간으로서의 광주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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