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30(수)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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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등반 때마다 지리산 10경(景)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중에 연하선경(烟霞仙景)이 있다.
지리산에 연하(烟霞)라는 지명은 연하천(烟霞泉)과 연하봉(烟霞峰) 두 곳이 있다. 연하선경은 연하봉에서 바라보는 안개와 노을이 빼어난 절경을 보인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다른 9경은 이름을 듣고 어떤 모습일지 쉽게 상상할 수 있었으나, 연하선경은 어떤 풍경일지 쉽게 가늠할 수 없었던 곳이었다.
구례에는 오늘날 지리산악회의 전신인 ‘연하반(煙霞伴)’이라는 산악회가 있었다. ‘연하’는 곧 지리산, ‘반’은 함께하는 친구들을 뜻했다고 한다.
연하반은 1955년 창설돼 지리산국립공원 지정을 주도하고 자연보호 활동을 전개한 산악회다. 당시 지리산은 해방, 6·25 전쟁, 공비 토벌 등의 과정에서 도벌과 남벌로 황폐해져가고 있었다. 5·16 군사정변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산지개발과 외자유치를 위해 ‘지리산지역개발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리산 일원에 대한 종합조사를 실시했다.
지리산지역개발조사위원회는 1963년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리산은 국립공원으로서 여건을 갖춘 명산일 뿐 아니라, 산수를 겸비한 풍경은 국민들에게 영감과 휴양을 줄 수 있는 곳이다”고 평가하고, 정부에 국립공원 지정을 건의했다.
연하반 회원들은 조사단을 안내하고 활동을 지원하는 과정을 통해서 지리산 보호를 위해 국립공원 지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지역의 기관장과 유력인사, 주민들을 설득해 나갔다. 구례 군민들은 지리산 자원보호와 지역개발을 위해 ‘지리산국립공원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국립공원 지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시 구례군 1만2천여 가구 중 1만여가구가 성금 모금에 참여했다고 하니 그 열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정부는 지리산지역개발조사위원회의 보고서와 지역주민의 건의를 토대로 1967년 3월3일 ‘공원법’을 제정·공포하고, 11월24일 제1차 국립공원위원회의 지리산국립공원 지정 의결을 거쳐, 12월 29일 지리산국립공원 지정을 공포했다. 정부가 국립공원 제도 도입과 지정 의지가 있었다 하더라도 연하반의 활동과 구례군민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올해는 국립공원 제도가 도입된 지 50주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50주년이 되는 매우 뜻 깊은 해이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지리산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을 맞이해 오는 6월22일부터 24일까지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6월22일 기념식을 시작으로 기념음악회, 학술행사, 전시회 등이 이 기간에 열릴 예정이다. 4월부터는 국립공원 야영장 토크콘서트, 미니음악회, 기념주화 및 기념우표 발행 등의 참여형 이벤트와 홍보사업도 진행하게 된다. 기후변화가 심화됨에 따라 생물자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국민의 여가·휴양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립공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마침 기념행사 즈음에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국립공원 50주년 기념행사가 지나온 50년을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100주년을 대비해 국립공원 정책방향을 재정립하며, 국민의 인식 증진 및 지속가능한 이용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로 활용되길 기대한다. 시·도민들도 기념행사에 적극 참여하면서 국립공원 5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립공원의 보전과 건전한 탐방활동을 정착하는데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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