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양상군자의 겉 뜻은 ‘대들보 위의 군자’라는 뜻이지만 속뜻은 도둑을 가리키며 후한서(後漢書) 진식전(陳寔傳)에 나오는 말이다. 진식이 현감으로 있을 때 어느 날 밤 도둑이 방으로 들어와 천장 들보 위에 숨어 있었다. 그것을 눈치 챈 진식은 아들과 손자들을 불러 일부러 훈계를 시작했다. “사람이란 누구나 자기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도 반드시 처음부터 악한 사람은 아니다. 평소의 잘못된 버릇이 성격으로 변하여 나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저 들보 위의 군자가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도둑은 이 말에 깜짝 놀라 얼른 들보 위에서 뛰어 내려와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했다. 진식은 그를 조용히 타이르고 비단 두 필을 줘 돌려보냈다. 이 일이 알려지자, 고을 안에 도둑질하는 사람이 없게 됐다고 한다.

-정의에 목마른 대한민국
2009년에 하버드대 마이클 샐던 교수가 강의한 내용을 엮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펴냈다. 당시 미국에서 10만 부 가량이 팔렸는데 우리나라에선 무려 100만 부 가까이 팔렸다. 미국 인구가 우리나라 보다 6배나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책이 당시 얼마나 인기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이 정의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최근 투자 유치·지역 고용 창출 목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의 마중물이 될 소중한 혈세지만 보조금을 ‘임자 없는 돈’이라 여기며 먹잇감 삼는 조직적인 사기 행각이 잇따르고 있다. 보조금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가 가장 큰 문제지만,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보조금 지출 심사와 부실 관리·감독도 문제다. 투자가 실제 고용 창출과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린다. 따라서 실제 사업이 단계별로 잘 진행되는지 꾸준히 사후 관리·감시·감독을 해야 한다.

-세금 도둑,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최근에는 투자 유치용 보조금을 나눠 먹으려는 업체와 브로커, 대행사까지 짬짜미로 얽힌 조직적 범행도 적지 않다. 보조금을 가로챈 행위는 국가와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인 만큼 일벌백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인구 위기 극복이 시급하고, 치적이 필요한 단체장의 정치적 이해까지 맞물려 보조금 지급 심사가 엄격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따라서 세금 도둑을 막으려면 보조금 사업에 대한 감사 기능의 독립이 보장돼야 하고, 보조금 심사 역시 단체장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바르게 살아라. 그러면 성공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5월 19일, 제15대 대통령선거 국민회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후 후보 수락 연설에서 “ 사회적 구성원의 상호 신뢰와 자발성은 사회 발전은 물론 정치,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다. 그러므로 정직하고 근면하고 유능한 자만이 성공하는 사회, 정의가 승리하고 땀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 사회를 통해서 사회 구성원의 상호 신뢰와 자발성을 실현시키겠다.

부모들이 청소년들에게 ‘바르게 살아라. 그러면 성공한다’는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바르게 산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나라에 미래가 있다.

-일하는 사람의 사명감과 도덕성
절차적 민주주의를 제도로 완성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이는 기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하는 사람들의 ‘사명감과 도덕성’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공직자의 사명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정치인의 사명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국가의 기능이 무너졌던 지난 3년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이재명 정부는 제도와 사람이 더욱 단단해지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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