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참 바쁜 달이다. 특히 광주에서는 더욱 그렇다. 각종 문화 행사가 펼쳐지는 달이기도 하지만 5·18 민주항쟁이라는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가진 광주의 특수성에도 기인할 것이다.

기억해야 할 날이 또 있다. 매년 5월21일은 UN 및 문화다양성 법에서 지정한 문화다양성의 날로 21-27일은 문화다양성 주간이다. 문화다양성은 인권의 문화적 표현으로써, 인종·국적·민족·성별·연령·세대·장애유무·종교·소득 등의 이유로 문화적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문화다양성 정책은 한 사회 안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건강한 공존을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수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군부시절과 권위주의 사회를 거치면서, 사회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와 다양한 문화적 표현의 중요성에 관한 문제가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다가 2010년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협약에 비준 후, 2012년부터 문화다양성 관련 정책을 본격적으로 수립·시행해왔고, 무지개다리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가치 확산 노력을 시작했다. 현 정부 들어서는 ‘문화비전 2030’의 3대 가치중 하나로 문화다양성을 설정했고, 개헌안이 발의되지는 못했지만 개헌안의 주요 내용으로, 국가가 문화의 자율성 및 다양성을 증진할 의무를 규정한 것을 찾아볼 수 있다.

광주문화재단도 지역 내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을 위해 2012년부터 무지개다리사업을 운영중에 있다. 2017년 문화다양성 조례 제정 후, 조례이행을 위해 광주광역시와 협업하여 다양한 정책을 수립·시행중에 있고, 고려인마을 방문의 날 행사, 난민인식개선 캠페인, 페스티벌, 포럼 등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그 결과 2017 무지개다리사업 우수기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수여받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올해는 기반조성, 문화 교류, 가치 확산 등의 영역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렇듯 문화다양성 정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지역에서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단일하고 우수한 문화를 강조해왔던 우리 사회에서 단순히 ‘문화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 등의 구호만으로는 다양성의 가치를 확산하기는 어렵다. 일상에서의 문화적 접근을 통해 차별를 걷어내고 나 자신부터 차이를 인정할 줄 아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문화다양성은 삶의 태도이자 철학이기 때문에 삶으로 받아들이고 공유하는 문화적인 접근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개인의 문화권리 확대와 문화예술인 지위와 권리 보장, 공정하고 다양한 문화 생태계 조성 등 모두 9가지 정책의제를 포함한 ‘문화 비전 2030’을 발표했는데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확산을 위해 장애와 젠더, 지역, 인종 등 정체성과 다양성에 따른 문화예술 지원을 다양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고무적인 일이다.

문화다양성 주간을 맞이하여 광주문화재단에서 여러 가지 문화적 접근을 준비했다. 5월20일 오후 3시 수완호수공원에서는 여러 나라의 음식과 문화를 체험해보고,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마련되었고 5월25일 오후 4시 빛고을아트스페이스 5층 대강당에서는 지역 내 문화다양성 환경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정책포럼이 진행된다. 이번 문화다양성 주간 행사를 통해 작게나마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느낄 수 있으면 한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차별과 차이를 넘어서 서로가 소통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소통하기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차이를 걷어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철조망을 걷어내고 나 자신이 온전히 상대방과의 차이를 수용해야 한다. 문화다양성은 창의성을 향한 강력한 힘이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출발점이다. 문화다양성! 인권의 도시 광주에서 더욱 더 발전시켜야 할 가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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